[덕아웃25시] '자격없는' 팬들 떠나라
기사입력 1996년 06월 01일 14시 53분
그것은 스포츠팬의 모습이 아니었다.
2002년 월드컵유치 소식이 막 국내에 전해지기 시작한 31일 오후 9시 무렵.
이때 광주구장에서는 5-5로 맞선 가운데 의 7회초 공격중이었다.
4번 심재학이 풀카운트 접전끝에 승부를 가르는 3점홈런을 날리자 광주구장팬들은 돌연 이성을 잃었다. 1루측 내야석에서 물병, 깡통 등이 운동장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심지어는 유리병이 1루 베이스근처에서 박살나 위험천만이 지경이 됐다.
심재학에 이어 4구로 진루한 은 투수보다는 땅바닥을 쳐다보느라 바빴고, 박종훈 1루코치는 뒤통수가 불안해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경기 보조요원들이 대형 쓰레기통 하나 가득 오물을 주워 냈지만 물병, 깡통 투척 세례는 10여분간이나 계속됐다. 게다가 관중석에선 팬들끼리 시비가 붙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이날 팬들의 항의는 이유도 명분도 없는 것이었다.
심판의 판정이 석연찮거나 애매한 플레이도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팽팽하던 경기가 홈런 한방으로 뒤집어 지자 해태에 실망해서, 가 얄미워서 일으킨 `감정폭발'이었다. 광주구장 뿐만이 아니다.
올해도 이같은 일들은 여전히 각 구장에서 활개치고 있다.
외야수를 겨냥해 병을 던져 포구를 방해하는 일은 아예 예삿일이다.
온국민이 2002년 월드컵 유치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살인무기'를 던지는 관중이 있는 한 나라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자격없는' 팬들은 이젠 빨리 야구장을 떠나야 할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