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유럽표 '비상령'
기사입력 1996년 05월 22일 14시 43분
**유치위,6~7표 획득작전 차질 우려 **노골적 한국지지 위장술-아벨란제와 밀약설등 해석다양 `유럽표를 지켜라.'
2002년 유치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자신하는 한국 월드컵 유치위원회에 난데없이 `유럽 사수령'이 떨어졌다.
유럽에서 확실한 한국 지지표로 알려지고 있는 레나트 요한손(66.) 유럽축구연맹회장이 최근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심쩍은'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유럽쪽 유치전선에 비상이 걸린 것.
요한손 회장은 지난 18일 TT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치전략과 관련, "한국은 월드컵 유치명분으로 남북공동개최를 통한 세계평화에의 기여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모래위에 지어진 평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같은 논리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같은날 요한손이 UPI통신과의 회견에서 "나는 이미 어느 나라에 투표할지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확실히 깨닫고 있다. 그러나 투표가 끝날때까지는 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한 말과 맞물려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일 이것이 요한손의 진심이라면 한국으로선 보통일이 아니다.
요한손은 하야투(카메룬) 축구협회장과 함께 아벨란제 회장의 전횡에 반대하는 개혁세력의 중추로서 한국이 확실한 1표로 인식해온 인물.
당초 유럽 8표 가운데 2~3표를 겨냥했던 한국은 그동안 이 지역의 반(反) 아벨란제 정서에 편승, 착실히 표밭을 다져온 덕택에 현재는 와 정도를 제외한 6~7표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유치위 내부에선 요한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노골적인 친한(親韓)정서를 표출할 경우 초래될지도 모를 다른 집행위원국들의 반감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그 근거로 지난 16일 국가대표팀 방한경기를 요한손이 전혀 제지하지 않은 사실을 들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勢)불리를 느낀 아벨란제 회장이 라이벌인 요한손과 모종의 `거래'를 했을 경우다.
차기 회장을 유럽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에 2002년 월드컵 개최권을 주도록 하는 안이 그것이다.
이는 한국을 방문한 유럽 언론인들이 이따금씩 가능성을 비춘 것이기도 하다.
유치위원회는 일단 요한손의 `표심(票心)'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유치위는 문제의 발언이 나오게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유럽표에 대한 확인작업에 전력을 투구할 계획이다.
< 김동국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