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 맞고도 끄덕없었던 불사신
기사입력 1996년 05월 17일 15시 29분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의 생명력이라고 한다. 큰 충격없이도 목숨처럼 쉽게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이렇게 큰 상처를 입고도 살다니'하고 놀랄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의 소유자들도 많다. 그런데 사람은 급소를 다치지 않은 이상, 어지간해서는 잘 죽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치명상을 입고도 쉽게 죽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제정 말기, 승려로 있던 `라스프친'이라는 사람은 체격도 그렇지만 정력 또한 왕성한 사람이어서 당시 궁전내의 여자중 안건드린 여자가 없을 만큼 강철같은 사람이었다. 때문에 귀족 남자 아니면 정적들의 미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의사도 치료못하는 태자의 병을 완치할 수 있는데다가 언변술도 뛰어나, 궁을 무상으로 출입할 수 있었다. 더구나 황제인 니콜라이2세도 이 사람의 말에는 좌지우지당해 어찌보면 황제 위에 있는 듯했다. 그래서 어느날 귀족들이 모의해서 그를 암살하기로 계획했다. 계획이 짜여져 귀족들은 그 승려를 자기들 집에 초대했다. 그리고 환영한다며 그에게 값비싼 포도주를 권했다. 그는 기분좋게 마셨다. 귀족들은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그 포도주에 청산가리를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3잔이나 마시고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다. 초조해진 귀족이 칼로 찔렀다. 그래도 죽지 않고 오히려 저항하려들었다. 이번에는 권총의 탄환이 다 없어질때까지 총을 쐈다. 그래도 안죽자 그를 쇠사슬로 묶어서 한참 얼음 언 `네바'강에 내던져 가라앉게 했다. 그러나 강의 얼음을 깨고 수면 위로 떠오르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라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한다. 이틀후에 그 시신을 꺼내 조사해보니 그는 독이나 총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라 물에 빠져 익사했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