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조영 2단 ●천풍조 7단=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4월 15일 15시 35분
**흑 75 급박한 치중이 패착 총보(1~226)=중년의 로맨티스트 천풍조7단과 패기에 찬 신예 안조영2단의 대결. 어쩌면 이 대국은 그 이미지만으로도 승부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한판이 아니었는지. 아예 승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겠지만 천7단은 이제 승부의 2선쯤으로 물러섰다는 느낌이다. 오래전부터 심취해온 클래식 음악에 심신의 열정을 쪼개고 기사회장으로서의 공무나 해외교류 등으로 이리저리 시달리고 보니 아무래도 치열한 전쟁터에서는 차츰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초반 백 18까지는 쌍방이 평탄한 흐름. 말 그대로 `그림같은 포석'이다.
백 20의 3三 침입 때 흑 21의 차단이 조금 이상했다. 22쪽이 옳은 방향. 흑 23도 26의 곳으로 하나 더 늘어두는 게 좋다.
백 32의 호구이음은 `가'의 곳을 꽉 잇는 게 정수. 실전은 흑 215가 절대 선수로 작용하고 끝내기로도 2집 손해이다.
흑 35는 패기 부족. 지금은 일전불사의 자세로 흑 `나'의 침입을 감행할 시기이다. 백 36, 38로 우변 백진이 이상적인 형태를 갖춰서는 초반 백 성공.
백 44로는 상변 45의 곳을 하나 더 밀어두는 것도 일책. 흑 47까지 두텁게 벽을 쌓아 흑의 `세력'과 백의 `실리'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흑 49가 한박자 빨랐다. 이 수로는 67의 곳으로, 배후에서 다가선 다음 백이 중앙과 연결을 꾀할 때 하변에 전개하는 게 좋았다.
흑 51 이하 61까지 두개의 희생타를 날리는 우격다짐으로 백 일단을 차단해 중앙으로 내모는 데는 성공했지만 백 62를 얻어맞아 언짢다. 백 70, 72로 중앙 안전의 틀을 갖춰서는 `백 만족'이다.
흑은 백 74때 76의 곳으로 참아두어야 했다. 그랬으면 앞길이 먼 바둑. 흑 75의 급박한 치중이 패착이었다. 백 76이하 88까지 좌변 흑진이 무너져서는 사실상 승부 끝.
이후 흑이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역전의 기회를 노렸지만 실패. 백 152때 손을 빼 우변공략에 나선 흑 153이 최후의 승부수였다.
우변 백진을 크게 도려냈지만 손을 뺀 대가로 우하쪽에 수가 나서는 별 득이 없었다. 226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