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직막 D-1일 총선후보들 행운찾기
기사입력 1996년 04월 10일 15시 45분
##"돼지꿈 꾸자" 돼지고기 먹기 - 영안실 문상... 시간이 아쉽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이번 4.11총선에 출마한 김모씨. 그는 막판 유세전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면서도 10일 점심시간을 이용, 한식집에 들러 돼지고기를 실컷 먹었다.
이른바 `돼지꿈'을 꾸려면 돼지고기라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웃기는 이야기 같지만 여러차례 낙선, 투표전날 돼지꿈을 꿔야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다고 믿는 그에게 있어 이는 하나의 신앙이자 징크스란다.
11일 결전의 날을 맞은 1,300여 선량후보들의 마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서울 강북지역의 이모 후보는 투표 당일 집을 나서며 대문에 큰절을 한 뒤 인근 병원의 영안실에 들러 조의를 표할 참이란다.
지나는 장의차를 보면 행운을 누린다지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아예 영안실을 찾겠다는 것.
경기지역의 박모 후보는 평소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올리는가 하면 같은 지역의 이모 후보는 `점괘에 살이 끼었다고 나왔다'며 무당집에서 굿을 한판 벌였단다. 충청지역의 김모 후보는 금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아야 금배지를 달 수 있다는 믿음에 금반지를 빼놓았으며 광주지역의 김모 후보 역시 말굽이 행운을 가져온다는 소문에 마스코트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또 투표전날밤 선거운동기간동안의 피로도 풀 겸 사우나에 들러 몸을 정갈히 하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소 점잖은 것.
피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얘기에 부인의 생리주기를 바꾸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부산의 김모 후보는 팬티를 입지 않으면 행운이 온다며 노팬티를 선언하는 등 이번 총선에서는 다양한 후보자들 만큼이나 많은 징크스와 금기, 행운의 마스코트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 미아리 등지의 점집에는 대사를 앞두고 가슴이 타는 국회의원 후보들로부터 부적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역술가 백운비씨(대한역리학회 이사)는 "갖가지 방법으로 행운을 기원하는 이런 후보들의 마음을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며 "당락은 그동안 표밭을 가꾼 노력과 운명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