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운명(運命)의 장(章) (18)
기사입력 1996년 04월 09일 16시 24분
수십 명의 검은 인영이 비조처럼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마차를 향해 맹렬히 덮쳐왔다.
그들의 움직임은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았다.
다음 순간 어두운 천공에서 또 다른 외침이 터져 나왔다.
"죽여랏 !"
그러자 이번에는 붉은 인영이 쇄도하며 마차를 향해 덮쳐오는 흑영(黑影)을 상대로 치열한 살수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흑영(黑影) 대 혈영(血影)!
묵기량이 거느린 혈마사와 일심부에서 매복시킨 인검수들의 충돌이었다.
귀청을 찢는 금속성이 울리며 순식간에 숨막히는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큭 ! 크악-!"
어두운 허공에 피보라가 빛줄기처럼 뿌려지며 몇 개의 인영이 동시에 퉁겨지고 뒤집히며 나가떨어졌다.
생사가 교차되는 급박하고 무서울 싸움이었다.
혈마사나 인검수들이나 모두 고도의 살상훈련을 받은 전문적인 살수들이므로
한 번 충돌하면 즉각 희생자가 생기게 마련이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치명적인 요혈을 노리고 살수를 전개하고 있었다.
참혹한 비명이 밤하늘을 공포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그러나 황금사원의 팔두마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이랴앗."
무사파파와 궁수월이 마차를 재촉하고 있을 때였다.
마차의 정면을 초로인 한명이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막아 서 있지않은가.
왜소하고 다소 말라 보였으나 중인을 압도하는 눈빛을 지닌 반백의 위인.
묵양대인이었다.
일심부의 주인으로 그 무공의 깊이를 측정 할 수 없는 초고수.
궁수월은 일심부주의 눈빛을 대하는 순간 오금이 저려오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목청이 찢어져라 부르짖었다.
"밟아버려라 …!"
무사파파의 채찍이 여덟 필의 말잔등으로 떨어졌다.
질주하는 말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지면을 박찼다.
우두두두….
금방이라도 대지를 삼켜버릴 듯이 위맹한 기세로 질주하는 팔두마차.
단숨에 묵양대인을 깔아 뭉개버릴 기세였다.
문제는 없었다.
단지 검은 태양이라는 일심부주의 입가에 스쳐간 조소가 마음에 걸릴뿐.
요란한 팔두마차의 굉음이 일심부주를 일거에 삼키려는 그 순간에 불쑥 그의 소매로부터 손이 삐져 나왔다.
깡마른 손.
믿을 수 없게도 그의 앙상한 손목을 뿌리로 하고 있는 장심(掌心)으로부터 검은 광채가 폭사 되는게 아닌가.
흑광은 섬전(閃電)이었고 뇌전(雷電)이었다.
콰르르르 하는 벽력음이 공포스럽게 분출되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은 그 다음에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