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 건염
기사입력 1996년 04월 08일 15시 27분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뒤꿈치 염증 발생 아킬레스 건염이라는 병이 있다. 말 그대로 발 뒤꿈치에 있는 아킬레스 힘줄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아킬레스 힘줄은 우리 몸에 있는 힘줄 중에서 가장 길고 튼튼해서 왠만해서는 이상이 잘 생기지 않지만 가끔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많이 서 있었거나 평소에는 안 움직이다가 갑자기 많이 걸었거나 준비운동 없이 심한 운동을 했을 때이다. 하루는 깔끔해 보이는 청년이 발을 질질 끌면서 진료실에 들어왔다. 발 뒤꿈치에 열이 확확 나고 쑤시고 아파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직업이 디자이너여서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는데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더구나 1주일 뒤에는 출장을 가야 하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했다. 전에도 가끔 발이 잘 붓고 아팠지만 이번에는 아주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 또 개강이 며칠 안 남았는데 갑자기 발이 아프다며 찾아온 여대생도 있었다. 한달 동안 배낭 여행을 하고 1주일 전에 돌아왔는데 여행중 특별히 아프거나 다친 적은 없다고 했다. 한데 집에 돌아오니 발목이 아프기 시작해 여행의 후유증이려니 생각했다. 사우나도 많이 했고 피곤도 풀렸는데 발목은 점점 더 아프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의 병명은 모두 아킬레스 건염이다. 평소 많이 서 있거나 걸어다닌 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처음에는 발이 붓고 발목이 뻐근하게 아팠다고 했다. 대개 많이 걷고난 후에 생기니까 마치 발이 아픈 것처럼 느껴서 처음에는 발목이 잘못 된 걸로 생각하고 뜨거운 찜질을 하면서 낫기를 기다려서 아킬레스 건염을 나쁘게 만든다. 실제 아킬레스 건염은 아킬레스 힘줄이 있는 발 뒤꿈치에서 확확 열이 나고 푹푹 쑤시고 심하면 벌겋게 부풀어 오른다. 또 힘줄을 만지면 엄청나게 아프고 굵고 딴딴하게 만져지고 걸으면 종아리까지 땡겨서 발을 디딜 수가 없다. 아킬레스 건염의 치료 원칙은 첫째 얼음 찜질, 둘째 발목 고정이다. 아킬레스 건염이 무서운 것은 재발이 많고 아킬레스 힘줄이 옛날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예전처럼 탱탱하지 않고 두껍고 느슨해서 신축성을 잃어버리면 늘 불편하고 자꾸 건염이 재발한다. 위의 두 환자는 처음부터 얼음 찜질을 해야 하는데 뜨거운 찜질을 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해서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 힘줄이 두꺼워지고 뻑뻑한 데는 물리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 점차 힘줄을 강화시키는 발목운동을 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의 복용을 해야 한다. 발목을 다친 적이 없는데 발에 열이 나면서 아프다면 아킬레스 힘줄을 한번 잘 살펴봐야 한다. 전영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