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 '독수리 대화방' 휴일엔 초만원
기사입력 1996년 03월 09일 15시 43분
해외에서 전지훈련중인 프로야구선수들은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결론은 `'으로 호텔방에서의 휴식이다. 해마다 같은 장소를 찾아 호기심이 사라진데다 훈련으로 지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코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러나 한화 코치들은 예외다. 올해로 3년째 에 캠프를 차린 한화치들은 휴일이면 모이는 장소가 있다.
의 벨필드에 위치한 의전모피가 바로 그곳이다.
한화의 연고지인 충남 부여 출신인 정진규씨가 운영하는 의전모피는 양털과 가죽으로 만든 무스탕과 이불 등을 취급하는 공장을 겸한 도매업체다.
야구와 관계가 없는 의류공장을 코치들이 찾는 단 하나의 이유는 `정' 때문이다.
3년전인 지난 94년. 한화가 처음 에 캠프를 차리자 의전모피에서는 승용차를 보내 선수단에 공장 견학을 시켰다.
한 핏줄을 만난다는 반가움에서였다.
이때 이회사 김진화이사가 에 유학중인 감독 조카의 후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정사장과 김이사 그리고 코치들은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회사측에서는 이후 한화선수단은 조건없이 환영했고 소일거리가 없는 코치들은 휴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대화방으로 이용하기에 이른 것.
이곳에서도 방송해설을 했던 유승안코치의 구수한 입담은 여전해 직원들과 정이 담긴 실랑이도 많다.
"한국에서는 한화의 상징인 독수리 털옷이 인기인데…."
"아, 그래요. 저희 공장에서는 한화의 우승때까지 독수리 털옷 생산은 안하기로 했는데…."
입씨름이 끝나면 코치들은 직원 1,2명과 별미인 월남국수 등으로 우정을 더욱 다진다.
코치는 "이곳에 오면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한데 우리가 도움줄 것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진규사장은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 외로움을 잊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데…"라며 넉넉한 웃음을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