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사랑과 죽음의 대륙-중원(中原)(25)
기사입력 1996년 03월 02일 17시 10분
바로 그때, 목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춤추는 고야에게 불쑥 말을 건넸다.
"춤은 그만 추시고 소인의 술 한잔 받아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며 목엽은 잔에 술을 가득 따라서 고야에게 내민다.
그바람에 흠칫 황보백령의 손이 멈추었다.
어안이 벙벙한 고야. 그러나 그녀의 물기 머금은 눈동자에는 구원의 반가움이 넘치고 있었다.
"감사하옵니다."
억지로 춤을 추던 그녀는 두 손으로 술잔을 받들며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왕족의 애첩답지 않게 그녀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이번에 미간을 찌푸린 사람은 타르무였다.
타르무는 목엽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저런 건방진 놈이 있나?'
타르무는 애초부터 복객이 허름한 목엽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황보백령의 하인으로서 시중을 들기 위해 따라온 사람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목엽이 감히 자신의 애첩에게 술을 권한 것이다.
타르무는 옆에 놓아둔 패검을 잡았다.
고야에게 술잔을 권하는 목엽의 손목을 댕강 잘라버리고 싶었던 충동이 생겼던 것이다.
이번에는 얼른 황보백령이 타르무에게 술잔을 내밀며 말했다.
"전하께서도 한 잔 드십시오."
타르무는 가까스로 노기를 억제하고 패검을 슬며시 놓으며 술잔을 받앗으나 두 눈에는
흉흉한 살기가 스쳐가고 있었다.
'요절을 내놓고 말리라.'
자연히 주연석의 흥은 더욱 떨어졌다. 황보백령은 타르무가 술을 쭉 들이키고 나자 웃으며 말했다.
"저는 피곤해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오늘의 초대에 감사드리며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타르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 잡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돌아가서 편히 쇠도록 하오. 우리는 머지 않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리다."
그의 마지막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그러고 황보백령은 즉시 몸을 일으켜 예를 표하고 대웅전을 물러나온다.
"그럼 이만…."
목엽도 뒤따라 대웅전을 나왔다. 목엽과 황보백령은 선방으로 돌아오자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황보백령은 침상에 털썩 걸터 앉았다.
"나는 타르무를 통해서 중무련과 청나라 조정과의 관계를 좀 캐보려 했지만
당신이 고야에게 술을 따라주는 바람에 다 틀리고 말았어요."
그녀는 불만스런 투로 이렇게 말하더니 목엽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고야에게 마음이 끌리던가요?"
목엽은 씁쓰레하게 웃는다.
"그대는 타르무의 손길이 허리에 감겨올때 마릉미 끌렸소?"
황보백령은 픽 웃는다. 그녀도 목엽이 왜 고야에게 술을 권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황보백령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