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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항공기를 인천공항에만 도착할 수 있도록 한 임시 조치가 1일 해제됐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로 3년간 끊긴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저가관광과 관광지 혼잡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 중국 단체 관광 언제쯤 재개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감이 전세계를 휩쓴 지난 2020년 2월 4일.
제주국제공항은 무사증 입국 제도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국제선 도착장에는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피해 귀국한 한국인들만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당시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봄철 장사를 준비하던 제주관광업계는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19 위기는 3년 넘게 이어지며 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
기나긴 시간을 뒤로 하고 조만간 중국 단체 관광객이 제주를 비롯해 한국을 다시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장기간 고수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것이다.
이어 지난 2월 6일부터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20개 국가로의 자국민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등 올해부터 단단히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아직 한국이 해외 단체여행 재개 대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중 양국간 '비자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1일 중국발 항공기의 인천공항 입국 일원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중국과 제주를 잇는 직항노선 운항이 재개된다.
오는 9일부터 제주와 중국 시안 왕복 직항노선이 다시 뜨고 26일부터 제주와 홍콩 직항노선이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입국 전 코로나19 PCR 검사와 큐코드 입력 의무 등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한국의 방역 규제는 오는 10일까지 실시한 뒤 평가를 거쳐 종료된다.
한국의 방역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중국 정부도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 관광이 허용된다면 제주에는 언제쯤 오게 될까.
여행 업계는 빠르면 중국 노동절(5월 1∼5일) 연휴를 전후한 시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제주를 찾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상하이와 베이징 등 제주 직항노선이 회복돼야 하고, 여행상품을 만들어 모객활동을 하고 전세기를 띄우는 등 준비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 중국 저가관광의 폐해 되풀이되나
"중국 단체관광객이 들어오면 코로나19 이전 중국 저가관광 관행이 그대로 이어질거예요."
제주의 한 여행업계 관계자 A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어떻게 바꾸겠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손님 대부분 중국에 있는 현지 여행사들이 모집해서 온다. (단체여행이 풀리면) 덤핑경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싸구려 여행, 그러니까 저가관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품 자체가 매우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무료 관광지만을 다니며 비용을 낮추고, 대신 소개비나 쇼핑에 따른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저가관광이 다시 성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여행사와 연결된 제주의 일부 여행사로 단체 관광객이 집중되는 독과점의 폐해를 꼬집기도 했다.
과거 제주로 들어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90% 이상을 화교 또는 조선족 출신의 제주지역 중국계 여행사가 독식해왔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을 유치해준 대가로 중국 현지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일정 금액의 돈, 속칭 '인두세'(송객수수료)를 지불하는 관행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B씨는 "중국 동포, 조선족 출신이 하는 여행사들 중심으로 관광객을 받아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 토종 여행사들이 낄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중국 단체 관광객이)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제주도민과 내국인 관광객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2010년대 중국 관광객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과도한 유치 경쟁으로 저가 관광시장이 형성돼 '오버투어리즘' 문제 등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관광지 훼손, 성추행, 공공장소 소란 등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의 추태가 연일 언론에 등장했었다.
이러한 탓에 실질적으로 제주 지역경제에 큰 도움은 되지 않고, 관광지 혼잡만을 키우기 때문에 불편만 초래한다는 지적이 지역사회에서 되풀이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2016년 제주방문 중국 관광객은 306만1천522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5%를 차지했으며, 이중 단체관광객 비율은 63.3%를 차지했다.
당시 중국 관광객 소비지출은 쇼핑 비중이 63.9%이며, 관광문화·오락·운동 등에 대한 지출 비용은 거의 없었다.
◇ 제주 관광상품 중국에 통할까
중국 저가관광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저가관광을 뿌리 뽑을 규제기준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명품 관광 상품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제주도는 저가관광의 주요 원인이 되는 과도한 면세점 수수료, 무자격 가이드 영업, 한국 여행사들이 중국 여행사에 거꾸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역마진 관행(마이너스 투어피) 등을 개선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했고, 적정 송객수수료 상한 제한 제도 개선, 관광업계의 자정노력 등을 전개해왔다.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중국 MZ세대(20∼30대)를 중심으로 선호하는 여행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제주도관광공사는 지난 2021년 10월 12∼26일 15일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와 설문조사 플랫폼 원?싱을 통해 중국인 총 1만1천25명을 대상으로 중화권 소비자 여행 트렌드 설문조사를 벌였다.
당시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됐을 때 한국을 방문한다면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제주'가 35.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23.1%), '인천'(2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희망 여행방식은 '자유여행'(41.7%)과 '단체여행'(39.6%)으로 자유여행 비중이 근소한 차이로 많았다.
SNS를 통한 설문조사의 특성상 MZ세대(20∼30대)가 주를 이뤘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단체여행 중심 관광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관광공사 역시 코로나19 기간 제주의 문화, 음식, 자연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이어왔다.
또 체류형 마을관광 통합 브랜드를 개발하고, 웰니스·지역관광·친환경·워케이션(휴가와 일을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 여행 등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육성해 선보이고 있다.
중국 단체 관광이 재개되는 대로 관련 상품을 현지에 판매할 예정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제주도와 관광공사, 여행업계 등이 와신상담하며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지 여부다.
고금환 제주도관광협회 종합여행업분과위원장은 "제주도,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공조해서 웰니스, 다크투어 등 여러 기획 상품을 많이 준비해왔다"며 "주로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이다. 문제는 단체관광객이다. 15∼20명 그룹 또는 단체 관광객이 이들 상품을 실제로 선택해 제주로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민규 제주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그룹 프로젝트 매니저는 "과거에는 단체 저가 관광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여행 트랜드가 좀 바뀌었다. 중국 시장도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올라섰다"며 "예전 깃발 들고 따라다녔던 단체관광이 아닌 앞으로 소규모 단체 또는 FIT(개별관광객) 형태의 상품을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6일 직항노선이 재개되는 홍콩을 중심으로 제주의 특색있는 관광상품을 홍보해 (중국 전체로) 파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jc@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