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의 막이 올랐다. 최근 몇 년간 인사 기조는 '위기 속 쇄신'이었다. 대내외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안정을 바탕으로 혁신을 꾀하는 소극적 쇄신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해는 상당수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보다는 쇄신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적 쇄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업계를 시작으로 '신상필벌'과 위기 대응을 위한 조직 개편이 시작됐다.
롯데그룹은 늦어도 12월 초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를 비롯해 업황이 부진한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 등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만큼 쇄신에 방점을 찍은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의 승진 여부에도 관전 요소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변화 움직임은 올해 인사의 방향성을 어느정도 보여준 것 같다"며 "실적 부진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안정과 쇄신에 대한 무게추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12월 초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부회장단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지난 5월과 6월에도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했고, 지난달 SK에너지 등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이미 인적 쇄신과 조직 재정비에 나선 만큼 연말 인사에는 큰 변화 자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EO 교체 등에 따른 조직개편 관련 임직원 중심으로 변화의 폭은 커질 수 있다.
LG그룹도 11월 말 정도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 등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하지 않다는 점에서 변화의 폭은 크지 않겠지만 AI 등 기술 관련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리더'를 대거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호실적을 기록했고,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사의 방향성은 '안정'과 '성과 보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사업 분야인 전기차(EV)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를 중심으로 변동이 클 전망이다. 현대차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을 승진시킨 바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