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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원은 큰 질환 전담' 구조전환 사업에 세브란스 등 8곳(종합)

기사입력 2024-10-24 16:28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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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북대·경희대·고려대·연세대·전북대·중앙대병원 선정…연내 추가 모집

일반병상 축소하고 중증 환자 중심 인프라 구축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기자 =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질환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으로 세브란스병원 등 8곳이 1차 선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 같은 선정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선정된 8개 상급종합병원은 경북대병원,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안산병원·구로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전북대병원, 중앙대병원(가나다순)이다.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역할에 맞게 중증도와 난도가 높은 환자의 치료에 집중함으로써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병의원과 협력해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구조를 전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현장의 관행을 개선해 임상과 수련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중증 중심으로 진료체계 전환…일반병상 '축소'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가량 줄이게 된다. 또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는 50% 높여 중증 환자 치료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다.

세브란스병원은 병상 2천111개 중 중환자·소아·고위험 분만·응급 등 병상을 제외한 290개를, 전북대병원은 1천10개 중 50개를 각각 줄인다.

고려대 구로·안암·안산병원은 각각 96개·86개·67개의 일반병상을 축소한다.

이들은 일반병상을 감축하는 대신 각 병원 사정에 맞춰 중환자 진료 인력을 확보하거나 중환자실을 증설하는 등 진료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1차 선정된 기관은 안정적인 구조 전환이 가능하도록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대해 인상된 수가를 적용받는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권역 내 진료협력 네트워크는 강화된다.

기존의 단순한 진료 의뢰, 회송에서 벗어나 병원 간 실질적인 협력을 가능케 하겠다는 취지다.

권역 내 근거리에 있는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을 중심으로 의사의 소견을 토대로 진료 정보가 연계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자 증상에 따라 협력병원 간 신속한 진료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때 진료 협력에 대한 노력을 보상할 수 있도록 의뢰·회송 수가를 인상하고, 환자를 돌려보내는 병원뿐 아니라 환자를 받는 협력병원에 대해서도 진료협력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 사업이 자리 잡으면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은 경쟁보다는 협력하게 되고, 환자들은 중증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 진료를 줄여 확보된 진료역량은 만일에 있을 응급환자 대응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전문의·진료지원간호사' 팀 업무 도입…수련 기능 강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진료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의 팀 기반 업무를 도입해 현행 인력을 유지하면서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컨대 일반병상 축소로 생기는 간호인력을 PA 간호사로 전환하고, 이들을 필수의료와 중증·응급·희귀질환 분야에 중심 배치하는 방식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수련하는 의사'인 전공의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전공의들의 수련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 역할을 강화하고, 전공의에게 다양한 임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가 더욱 나은 여건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자체 계획을 수립·운영해야 한다.

내년에 전공의들이 여러 의료기관에서 협력 수련하는 시범사업이 시행될 경우, 정부는 이번 구조전환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앞으로 3년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속 발전시킬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비중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중증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환자가 없도록 현행 중증 환자 분류체계도 손질하기로 했다.

중증으로 분류되지 않는 질환이라도 연령이나 기저질환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하는 상황일 수 있으므로 새로운 분류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1차 선정된 상급종합병원 8개 외에도 10개가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부는 심사를 거쳐 다음 주에 추가로 선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 더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올해 12월 말까지 충분한 기간을 두고 모집할 계획이다.

◇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환자 권익·의료진 사법적 보호 병행"

정부는 이날 의료개혁 과제로 추진 중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진행 상황도 공개했다.

의료사고로 인한 사법적 부담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해서라도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정부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안정적인 진료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서 사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고 시 환자와 의료진 소통을 법제화해 불필요한 소송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수사 절차 개선, 실질적 보상체계 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사고 시 불필요한 소환 조사 등으로 의료진의 우려와 불안이 큰 상황"이라며 "단순 과실은 충분한 설명과 조정을 통해 합의토록 하고, 중과실 중심으로 수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관련 형사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의료계 양쪽의 입장이 균형적으로 반영되고, 환자의 권익과 의료진의 사법적 보호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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