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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보다 정원이라는 말이 생겼다. 최근 공원보다 정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취해 꽃과 나무를 가꾸는 고관여 취미 생활을 누리지 못했던 결핍을 채울 수 있다는 게 정원의 대표적인 매력이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정원 관광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도 정원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부모님과 함께 일상에서 잠시 떠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 대표 정원을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가볼 만한 곳 위주로 엄선했다. 학문적, 개념적으로 접근한다면 공원과 정원의 차이는 있다. 공원은 시민의 휴식 및 정서 향상을, 정원은 식물을 가꾸기 위한 곳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잘 가꿔진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정원, 정원은 부모님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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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수국이 만개하면 매년 꽃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6월 14일부터 6월 16일까지 유구색동수국정원 꽃축제가 진행된다. 3회를 맞은 꽃축제로 지난해의 경우 8만 여명이 방문, 공주의 여름 명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유구색동수국정원 인근에 조성된 유구벽화거리에는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이끌었던 지역의 모습을 벽화로 감상할 수 있다.
공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로는 공산성과 무령왕릉, 왕릉원을 꼽을 수 있다. 공산성은 백제 시대 웅진도읍기(475~538년)를 대표하는 성곽으로 당시 수도였던 공주(웅진)를 지켰다.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백제 시대의 화려함을 상상할 수 있는 충청권 대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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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교동도에 있는 화개정원은 화개산 기슭에 조성된 곳이다. 남북 분단 현실이라는 이야기도 품고 있다. 민통선 안쪽 교동도의 특성 때문이다.
화개산전망대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북한의 연백평야를 마주할 수 있다. 바다 건너 보이는 북한 땅을 직접 볼 수 있는 체험은 화개정원만의 매력이다. 꽃과 나무도 방문객을 반긴다. 다섯 가지 정원에 심은 약 18만 본의 식물은 화사하다. 6월이면 장미와 수국이 한창이다.
멍때리기 존(zone)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선베드, 해먹 등을 설치하고 그늘막을 드려 바다를 보며 멍하니 머물기 좋다. 화개산을 상징하는 솥뚜껑 조형물 8곳 가운데 6곳을 찾아 인증하면 기념품을 제공하는 모바일 스탬프 이벤트는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정원 산책에 색다른 즐거움이다.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다면 정상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화개정원 인근에는 금풍양조장이 있다. 3대를 이어오는 양조장으로 시음과 체험도 가능하다. 강화 약쑥을 활용한 좌훈 체험관도 근처에 있다.
두 곳 모두 강화의 웰니스 여행지로 화개정원을 둘러본 뒤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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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토피아랜드는 국내 최초 토피어리 정원이다. 토피어리는 나무를 다듬어 다양한 모양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토피아랜드에서는 무려 600여 점의 토피어리 작품이 있다. 공룡, 거북이, 오리 가족 등 귀여운 동물과 함께 뽀로로, 라바, 포비 같은 만화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아이도 어른도 활짝 웃으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초록의 정원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쪽빛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토피어리 정원 위쪽에는 울창한 편백숲이 있다.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로 빼곡한 편백숲으로 들어서면 푹신한 빈백과 아늑한 해먹이 지친 몸을 잡아끈다. 널따란 평상은 가벼운 도시락을 싸 와 소풍을 즐기기 좋다. 편백나무 사이로 맨발 산책로가 나 있고, 에센스 오일이 첨가된 특별한 족욕 체험도 가능하다.
남해의 유명 관광지와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토피아랜드의 장점이다. 차로 15분이면 독일마을에 닿는다. 마을 입구에서 중심 광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따라 독일 맥주와 소시지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마을 위 전망대에 서면 이국적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300년 전에 조성된 물건리방조어부림은 신비로운 숲과 바다를 동시에 누릴 수 있고, 360°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보물섬전망대는 아찔한 액티비티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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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있는 많은 정원 중 가장 제주스러운 곳을 꼽자면 생각하는 정원이 있다. 순수 제주형 한국 정원임을 내세운 만큼 한국산 수종을 심고 제주의 돌담과 오름을 곳곳에 표현했다. 모든 것은 스스로를 농부라 부르는 성범영씨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됐다. 1968년 매입한 부지에 홀로 황무지를 개간해 밀감나무와 정원수를 심고 돼지와 소도 키웠다. 가축을 키우는 것이 성격에 맞지 않아 모두 처분한 뒤에는 나무에만 전념해 지금의 분재 정원을 만들었다. 1992년에는 한경면의 권유로 관광지로서 처음 문을 열었다. 생각하는 정원이 내세우는 주제가 평화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 물소리, 잔잔한 음악 소리와 어우러지는 초록의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정원은 5개의 연못과 어우러진 9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로에서 만나는 평면적인 풍경 외 동산이나 전망대에 올라 입체적으로 풍경을 감상해 보자. 체험 프로그램으로 맷돌 커피와 블랙푸드 통곡물 음료 만들기와 한국 파란나무 만들기, 싱잉볼 명상을 운영한다.
생각하는 정원이 잘 가꿔진 제주의 정원이라면 인근에 있는 환상숲곶자왈공원은 제주 원시림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숲속 산책로 외에도 독채 숙박 시설, 족욕카페 등 부대시설과 여러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