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강도높은 관리에 들어가면서, PF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PF 시장은 착공 이전 단계에서 시행사가 토지매입을 위해 조달하는 자금인 브릿지론과 사업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이 이뤄진 이후 브릿지론 상환과 건축비용 조달을 위한 본 PF라는 이중 대출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주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빌려 쓰는 브릿지론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한 바 있다.
저축은행업권의 총자산 대비 부동산 PF 취급 비중은 16.5%로 캐피탈(10.9%), 증권(4.1%) 등 다른 업권보다 높다. 브릿지론 비중도(나이스 신용평가 대상 16개사 기준) 55%로 증권(27%), 캐피탈(35%)보다 크다. 시공·인허가 전 자금을 조달하는 브릿지론 특성상 시공 후 자금을 조달하는 본 PF로 연결되지 않으면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누적된 만기 연장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져 있는 사업장이 많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인가 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까지 소유·지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비대면 모바일뱅킹 활성화로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저축은행의 입지가 좁아진 데다 지난해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저축은행들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온 뒤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인수 의사를 철회했고, HB·애큐온·OSB저축은행 등도 지난해부터 매물로 나온 이후 소식이 잠잠하다.
다만,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향후 저축은행 M&A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누적 순손실은 141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시중은행과 달리 여신 취급 시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은 금리 하락 시 예대마진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중으로 저축은행 연체차주(개인사업자)의 연체채권 매각 채널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연체율 관리를 위한 규제 완화도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수익성 개선이 저축은행의 인수 매력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M&A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이 인수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