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인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BP-CML)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렸다.
연구팀은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해 급성기로 진행한 만성골수성백혈병 (CML) 환자의 세포 증식이 급성골수성백혈병 (AML)과 유사한 특징에 착안하여, 이를 토대로 FLT3와 같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대표적인 원인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급성기 단계 환자 검체는 수집이 어려워 이를 활용한 연구는 극히 힘들지만,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가 만성기 (CP-CML) 및 급성기 (BP-CML) 진행시 수집한 인체유래물 검체와 임상정보를 활용해 차별화된 특성을 가진 코호트를 선별해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만성기와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FLT3 세포막 수용체 발현양을 비교해 본 결과, 만성기에서는 전혀 발현하지 않았던 FLT3 세포막 수용체가 급성기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증가해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최근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한 FLT3 저해제를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약물 내성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초로 파악했다.
또한, 연구팀은 3세대 BCR::ABL1 저해제인 포나티닙이 BCR::ABL1 뿐만 아니라 FLT3를 동시에 공략하는 화합물임에 주목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BCR::ABL1 저해제 이매티닙, 라도티닙, 닐로티닙, 다사티닙과 FLT3 억제제의 병용요법을 통한 약물 내성 억제 효과가 포나티닙의 경우 단일 투여만으로도 동일한 효능이 발휘됐다.
결과적으로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약물로 사용되는 포나티닙이 FLT3에 의해 유발되는 표적항암제 내성도 극복함으로써 이를 치료 또는 예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음도 최초로 밝혔다. 이와 함께 향후 FLT3 억제제로 개발 중인 신약들도 BCR::ABL1 억제제의 약물 내성 억제 효능을 함께 시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이 분야 연구의 새로운 전환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FLT3를 통한 약물 내성의 분자기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급성기에서 FLT3 세포막 수용체가 발현함에 따라 'FLT3-JAK-pSTAT3-TAZ-TEAD-CD36'의 하위 신호 전달 체계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TAZ와 TEAD는 본 연구팀에서 최초로 정립한 세포탈부착성 리프로그래밍 (AST)에 관여된 전사인자들로, 정상 혈액세포에서는 전혀 발현되지 않지만 혈액 암세포에서 발현돼 부유-부착 형질전환을 유발시키고 기존 약물들에 대한 치료 저항성 및 전이를 일으킨다. 이는 현재 고형암 치료제로써 활발히 개발 중인 TAZ-TEAD 저해제가 혈액암 환자의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또한, TEAD 전사인자의 새로운 유전자 타깃으로 밝힌 CD36 지방산 수송체가 약물 내성의 최종 원인 유전자임을 밝힘으로써 CD36 억제제 및 저지방식이의 병용요법이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국내외 특허출원·등록, 기술이전 등의 중개연구 및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약물 내성 억제를 위한 FLT3-TAZ 신호전달체계 제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연세대 박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예후가 매우 나쁜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FLT3를 통한 새로운 항암 치료 및 진단 전략을 세계 최초로 정립한 것"이라며, "앞으로 FLT3의 유전자 및 단백질 서열을 활용한 신규 바이오 진단 마커 및 차세대 혈액암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김동욱 교수는 "항암제를 일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 중 항암제 내성이 생기거나 급격히 급성기로 전환되며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연구로 내성 예방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돼 백혈병 '완치'의 길이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서경배과학재단'(연세대)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차세대응용오믹스사업'(을지대)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암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몰레큘러 캔서(Molecular Cancer)'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