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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세금추징 이어 추가 세무조사…민생침해 탈세 사례 공개
A는 "미공개정보주 제공", "000% 수익 미달성 시 환불 보장", "기관 출신 애널리스트", "수익 계좌 증명" 등 광고를 앞세워 VIP 회원을 모집했다.
비싼 회원비에도 광고를 믿고 들어온 투자자들은 고급 정보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A의 광고는 거짓이었다. 뒤늦게 광고를 의심한 투자자들은 회원비 환불을 요구했지만, A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A는 미등록 전자지급결제대행(PG) 서비스를 통해 회원비를 받아 챙겼다. 미등록 PG사를 통해 결제된 회원비는 과세당국에 포착되지 않았다. 페이퍼컴퍼니도 세워 일하지 않은 친척에게 급여를 주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이런 수법으로 A가 신고하지 않은 회원비 수입만 수십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A의 수입금액 누락,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혐의 등을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 주식 리딩방·코인사업자 탈세 줄줄이 적발
30일 국세청이 공개한 민생침해 탈세 사례를 보면 과세당국이 자체 분류한 4개 탈세 유형 중 주식·코인 리딩방 운영업자가 41명으로 가장 많다.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시달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자극해 돈을 챙기고 세금을 탈루한 사례들이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산 가격 폭등으로 거대 수익을 올린 타인과 비교해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자산 투자에 무리하게 진입하는 현상을 뜻한다.
코인 사업자 B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고위험 코인 선물 거래를 부추기고 고위험 거래가 가능한 해외거래소 가입을 유도했다. 그가 노린 것은 가입 알선 명목으로 받는 거래 수수료, 즉 리퍼럴 소득이었다.
B는 가격이 높은 상장 초기 수입은 신고하지 않고 코인 공급과 관련된 매입세액만 부당하게 공제받기도 했다.
그는 소득을 숨기기 위해 부동산 거래 없이 고급 외제차 리스비 등만 지출하며 호화 생활을 했다. 하지만 결국 세무조사를 피할 수 없었다.
◇ 킬러문항 학원에 넘긴 현직교사, 가족계좌로 대가 주고 받아
고수익을 누렸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학원과 유명 강사들도 대거 적발됐다. 학원과 현직 교사가 킬러 문항 출제 대가를 차명으로 주고받으며 탈세를 공모한 사실도 드러났다. 학원 30곳에서 추징한 세금만 200억여원에 달한다.
한 유명 입시학원 C는 직원에게 임금을 과다하게 책정해 비용 처리한 뒤 일부를 학원 사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줬다. 법인 신용카드를 특급호텔 등에서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다른 학원 D는 아파트 임차료, 특급호텔 비용 등 개인 지출을 법인 경비로 처리하고 전국 학원 지점에서 받은 브랜드 사용료를 사주 개인 계좌로 받았다.
킬러 문항을 출제한 대가를 가족 계좌로 받아 소득세를 회피한 현직 교사도 대거 적발됐다. 학원은 교사 가족에게 소득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지급명세서를 만들어 국세청에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사들의 탈세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교사는 반복적으로 문제를 학원에 제공하고 대가를 받았음에도 사업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소득세를 축소하기도 했다.
유명 강사 E는 가족이 주주인 특수관계법인을 만든 뒤 자신이 받아야 할 교재 저작권 수입, 전속계약금 등을 법인에 넘기고 개인 소득 수십억 원의 신고를 누락했다. 개인 아파트 임차료, 사치품 구입비 등을 부당하게 법인의 손금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고금리 상황으로 자금난에 내몰린 서민을 등친 불법 대부업자도 과세당국에 줄줄이 덜미를 잡혔다.
대부업자 F는 미등록 대부업 조직을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신용 취약계층을 상대로 최고 연 9천%의 이자를 받아 챙겼다.
F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거절된 신용 취약계층을 주된 타깃으로 삼았다. 신용 취약계층 정보는 대출 중개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대부 이자는 모두 차명계좌나 현금으로 받았고 1원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수십억 원의 탈루 소득은 고급 아파트와 호화 요트를 사는 데 사용됐다. 하루 유흥비로 수천만 원을 탕진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탈루 사실을 확인한 뒤 F를 검찰에 고발했다.
◇ 법인 돈으로 결제한 뒤 일부 현금으로 돌려받아…'페이백' 탈세
병원·학원 등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지출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이른바 '페이백' 형식의 탈세 사례도 상당수 확인됐다.
병의원 원장 G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매출이 급증하자 불법 영업대행 PG 업체와 짜고 페이백 탈세를 기획했다. 병원 비용으로 결제 대행 수수료를 과다하게 처리한 뒤 원장 가족이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미술품 대여비, 직원 직무교육비도 병원 비용으로 처리한 뒤 일부를 원장 가족이 돌려받았다.
국세청은 G의 탈루 행위는 물론 페이백 탈세에 가담한 불법 PG 업체, 미술품 대여업체 등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세사업자·주민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한 유명 지역 유지 H도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그는 수백억 원을 사업자금을 대여해주고 받은 이자소득 수십억 원을 모두 신고하지 않았다.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주기 위해 사업체를 폐업한 뒤 자녀 명의로 같은 사업체를 설립해 증여세를 신고 누락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고수익을 취하면서도 서민 생활에 부담을 주며 세금을 탈루하는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