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으로 케이뱅크의 건전성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케이뱅크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이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케이뱅크는 지난해보다 대손충당금을 2배 넘게 쌓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섰지만, 당분간 높은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더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제외 가계대출(신용대출 등) 연체율이 0.62%라는 것과 비교하면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높은 편이다.
중·저신용대출 연체율로만 보면 케이뱅크가 4.13%로 인터넷은행 중 가장 높았다. 토스뱅크는 3.40%, 카카오뱅크는 1.68%이었다.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인상하면서, 연 0.5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50%까지 높아졌다.
지난 2월부터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미국 등 주요국 긴축 장기화 가능성 등이 있어 당분간 고금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긴축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높여야 해 고금리 시기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다.
'중·저신용 대출 공급'이라는 인가 취지에 따라,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치 달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8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25.4%다. 연말 목표치 32%에 미달해 하반기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설명에 따르면 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부터 부실이 발생하는데, 통상 금리 인상 뒤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연체율이 오른다.
특히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연체율이 더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케이뱅크는 중·저신용대출 공급을 줄이고,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늘려야 하는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 6월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82.4%로 인터넷은행 중 가장 낮았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221.4%보다 37%p 떨어진 수치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대손충당금 잔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비율로, 위기 시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부실 대응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편, 충당금 부담 등으로 순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 케이뱅크 기업공개(IPO)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올해 초 상장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으로 전년 동기(212억원) 대비 65억원(30.7%) 감소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