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겪으며 신약 개발 등을 통한 글로벌화가 국내 제약사들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본격 엔데믹을 맞아 '신사업 역량 강화'를 내걸고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백 사장은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로 입사했다. 해외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 신성장추진단 등을 거친 백 사장은 최근까지 마케팅본부를 이끄는 등 회사의 경영 전반에 걸쳐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특히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대원은 코로나19 대표 상비약으로 꼽히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올해 초 보령의 새 대표이사가 된 김정균 대표는 우주 헬스케어 관련 분야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1985년생인 김 대표는 보령제약그룹 창업자인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자.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의 아들이다.
보령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약 64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29억 원을 투자한 이후 두 번째다. 보령은 올해 초 "향후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주 헬스케어 관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액시엄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 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을 건설하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해체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을 대체하는 용도다.
보령 관계자는 "이번 액시엄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향후 보령이 매년 개최할 글로벌 CIS 챌린지와 더불어 새롭게 열리는 민간 중심의 우주 산업에서 선도적이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제일약품에서는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이 2023년 1월 1일 자로 사장으로 승진한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창업주인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1976년생인 그는 연세대 산업공학과와 미국 로체스터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2006년 제일약품 항암사업부 부장으로 입사해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부터는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함께 맡아왔다.
제일약품은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를 중심으로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구조다. 제일약품 최대주주는 제일파마홀딩스(지분율 49.24%)다.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의 73% 가량을 한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한 회장이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57.8%를 갖고 있고, 한 부사장이 9.7%을 갖고 있다.
한 부사장의 동생인 한상우 제일약품 상무이사도 전무로 승진했다. 한 상무의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은 2.85%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체질 개선을 위한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유제약, 일동제약 등 오너 3세 체제로 전환하는 국내 제약사가 많은데, 제일약품과 대원제약, 보령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경영인은 임기동안 최대한 성과를 내야 해서 호흡이 짧을 수 있지만, 오너가 3세는 연구개발 쪽에 관심이 많고 보다 긴 호흡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면서, "1조원 이상의 자본과 1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