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위기 상황 속 소득 하위 20% 가구가 다른 계층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처분가능소득 절반을 식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해당 계층 10가구 중 6가구가 소득보다 지출이 큰 '적자 인생'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를 반영한 명목 기준으로 보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11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지만 물가까지 고려할 경우 소득 감소율이 6.5%로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 감소율이 전체 가구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소득 상위권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소득 상위 20%의 실질소득은 957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소득 하위 20%의 소득 감소율은 소득 상위 20%의 3배를 훌쩍 넘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른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가 식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42만9000원이다. 소득에서 세금이나 보험료,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처분소득(90만2000원) 대비 식비 비중은 47.5%에 달했다.
한편 하위 20% 중심의 강한 소득 감소 현상은 지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실질 가계지출은 135만54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 줄었다.
명목 가계지출은 147만4000원으로 4.5% 늘었으나 물가 상승률을 제외하면 실질지출은 감소한 것. 물가는 오르는데 명목소득은 줄면서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적자 가구는 소득 하위 20% 가구의 57.7%까지 올랐다. 10가구 중 6가구가 매월 적자를 쌓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가구의 월평균 적자는 34만3000원이나 됐다.
기획재정부는 "물가·민생안정을 위해 마련된 기존의 대책을 조속히 시행,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구의 가계 부담을 완화하겠다"면서 "고용·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저소득층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