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개선 행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고강도 세무조사까지 받은 야놀자…나스닥 상장 준비에 차질 빚을까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2-09-19 08:40 | 최종수정 2022-09-21 07:45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가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제휴 숙박업체 점주들과의 갈등과 관련,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받던 차에 일어났다. 업계는 하반기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야놀자에게 이번 세무조사 결과가 어떤 파장을 가져오게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점 플랫폼 지위 남용" 지적 받아오던 야놀자, 최근 세무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져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야놀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야놀자의 자회사인 야놀자에프앤지, 와이시너지도 포함됐다. 야놀자는 야놀자에프앤지와 와이시너지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한 상태. 회사 측은 야놀자에프앤지로부터 33억원, 와이시너지로부터 5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세청은 야놀자의 탈세 여부를 검증하고 자회사들과의 거래 구조를 살핀다는 계획이다.

통상 조사 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혐의 정황이 확실하게 포착됐을 경우에 비정기 세무조사에 투입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국세청은 지난달 물가 인상에 따른 과도한 가격인상이나 가격담합과 같은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폭리를 취하는 탈세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이 같은 방침과 이번 세무조사 간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간 야놀자는 2만5000여개의 제휴업체를 거느리며 시장 선두주자로 우뚝 올라섰지만, 플랫폼에 입점한 숙박업주들과의 갈등의 불씨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야놀자가 자사에 유리한 면책약관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환불 관련 입증책임을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시스템 오류 등이 원인이 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입증 책임을 이용자 개인에게 떠맡기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야놀자는 이용약관을 통해 매우 넓은 범위의 면책사유를 규정한다.

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서비스 접속 및 이용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적 손해, 전송된 데이터의 오류·누락·파괴 등으로 발생한 손해와 관련해서는 회사나 회사 임직원, 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면 책임 부담이 없다.

이는 시스템 장애와 같은 오류로 많은 고객이 피해를 입는다 해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니라면 야놀자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는 것.

야놀자와 제휴을 맺은 숙박업체들은 10%대의 높은 수수료와 광고비로 현재까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에도 야놀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제휴 파트너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숙박업주 대상 과도한 광고비 수수료 부과,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야놀자 관계자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정감사 이후 제휴점과 상생을 위해 광고비 환급과 최소 광고비 인하 등 정책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광범위한 면책 사유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답만을 전했다.

'절치부심' 움직임 지지부진…하반기 나스닥 상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야놀자는 지난해 연결 매출 3784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은 536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1005억원, 영업이익은 31억원이다.

2015년 야놀자에 부대표로 합류한 김종윤 현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와 정재훈 야놀자 클라우드서비스 그룹장은 지난 8월 말 스톡옵션으로 각각 333억원, 17억3700만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야놀자는 올 하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으나, 지금은 미국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이미 나스닥 상장과 관련한 각종 비용을 지불했고,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 역시 연내 상장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 추진에 위협을 줄 만한 여러 위험 요소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먼저 최근 진행된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 역시 경쟁력이 부족하단 시각이다. 야놀자클라우드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호텔 자산 관리 시스템(PMS)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 특정한 기업이 표준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는 리스크 관리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놀자 측은 "상장 일정 관련 내용은 별도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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