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어릴 적 방문했던 수학여행지로 발길을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른바 추억 여행이다. 연인, 친구, 동료 누구라도 좋다. 가을이란 단어가 품고 있는 묘한 떨림은 강렬하다. 잠시나마 같은 곳을 보고 함께 느끼는 것만으로 추억의 한 페이지를 함께 머무를 수 있다. 깊어지는 관계만큼 가을의 매력도 짙어진다. 매년 가을이면 꼭 한 번 찾는 동시에 가을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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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문을 연 한국민속촌은 조선 시대 가옥과 생활 문화를 볼 수 있는 전통문화 놀이공원이다. 양반이 살던 집, 지방에 따라 특징이 드러나는 농가와 민가, 관아 등 전통 가옥 270여 동이 있다.
민속 퍼레이드도 생겼다. 춘향전을 바탕으로 전통 무용과 마당극이 어우러진 '얼씨구 절씨구야'다. 야간 개장과 함께 멀티미디어 공연 '연분'을 선보인다.
에버랜드도 추억에 신세대 감성을 입혔다. 1950~1960년대 미국을 모티프로 한 아메리칸어드벤처의 '락스빌'이 인기다. 방탄소년단이 히트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으로,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긴다. 에버랜드 대표 정원 '포시즌스 가든'과 회전목마 '로얄 쥬빌리 캐로셀'은 사진 명소다. 화려한 야간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에버랜드 입장료는 날짜와 시간에 따라 다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도 방문해보자.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이 2023년 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추억을 더듬고 새로움을 충전하는 여행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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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강원도 속초. 사계절 여행 명소로 손꼽히지만, 가을 속초는 단체 여행객의 발길이 많은 곳이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설악산과 동해를 한 번에 볼 수 있으니 수학여행의 대표 여행지였으니 말이다. 가을 속초 여행은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시끌벅적해야 가을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속초 하면 설악산 흔들바위다. 흔들바위는 설악산 자락에 터 잡은 계조암 앞 와우암 위에 있다. 공처럼 둥근 바위가 절별 끝에 위태롭게 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손만 대면 굴러떨어질 것 같다고 함께 웃고 떠들었던 친구들 모습이 떠오른다.
흔들바위로 향하는 길은 인상적이다. 설악산소공원주차장에서 약 3㎞가량을 걸어야 한다. 마지막 600m 산길을 뺀 나머지 길은 대부분 평지처럼 완만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닿는 권금성은 흔들바위만큼 수학여행에 대한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설악산성이라고도 부르는 권금성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해발 800m 부근 화채능선 정상부에 있다.
설악산 속초바위에서 눈 호강을 했다면, 아바이마을에서 입호강을 할 차례다.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란 온 이들이 정착해 형성됐다. 아바이는 '나이 많은 남성'을 뜻하는 함경도 사투리. 아바이마을은 2000년 방영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갯배를 타는 모습이 소개되며 세간에 알려졌다. 마을에서는 지금도 관광객을 위해 갯배를 운영한다. 내장을 뺀 오징어에 다진 고기와 채소, 찹쌀을 넣고 찐 오징어순대와 돼지 대창에 찹쌀과 선지를 넣은 아바이순대가 대표 먹거리다. 아담한 청호해변도 아바이마을의 자랑이다.
배를 채웠으니 이번에는 바다다. 속초를 대표하는 속초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아바이마을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과거 물놀이가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국내 최초 해변 대관람차가 들어섰고 서핑 전용 해변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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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백제가 첫 도읍인 한성을 고구려에 뺏기고 옮겨 세운 두 번째 도읍으로, 옛 이름은 웅진이다. 공주 곳곳에는 백제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사적)이 대표적이다. 무령왕릉은 1971년 여름 송산리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공사 중,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삼국시대 왕의 무덤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정확히 알려진 곳이다. 문화재청의 영구 비공개 결정에 따라 전시관에서 무덤 구조와 유물 모형을 관람한다.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명절 당일 휴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실제 유물은 가까운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무령왕릉의 유물을 더 보고 싶다면 국립공주박물관을 방문하면 된다. 왕과 왕비의 목관, 사망 연월일과 무덤 쓴 날짜를 기록한 지석(국보), 1500년간 내부를 지탱한 벽돌, 무덤을 지키는 석수(국보), 왕 내외가 착용한 금제 뒤꽂이(국보)와 은팔찌(국보) 같은 장신구 등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출토품을 전시한 웅진백제실 외에 충청남도역사문화실, 웅진백제어린이체험실로 구성됐다. 2021년 11월에 충청권역수장고도 개장했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국립공주박물관을 관람한 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공주 시내를 조망하며 공주 공산성(사적)을 걸어보자. 성인 기준 발걸음으로 금서루(서문)에서 출발해 공북루(북문), 진남루(남문), 영동루(동문)를 거쳐 돌아오면 한 시간쯤 소요된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공산성은 부여와 익산의 유적 6곳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레트로 감성 넘치는 제민천과 원도심을 누비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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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한 여행지로 자리매김 한 경주. 경주에는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다. 귀로는 익숙하지만 눈으로 보면 매번 새로운 곳이다.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시절 불국사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다. 불국사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는 데는 세월의 힘이 필요하다.
불국사는 우뚝한 범영루를 중심으로 동쪽에 청운교와 백운교(국보), 서쪽에 연화교와 칠보교(국보)가 자리한다. 계단 형태로 만든 다리라는 점이 특이하다. 대웅전(보물) 뜰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탑이자 국보인 다보탑과 삼층석탑(석가탑)이 있다. 동쪽의 다보탑은 특수한 탑 형태를, 서쪽의 석가탑은 일반적인 형태를 취한다. 다보탑은 일제강점기에 사리와 사리장치가 사라졌고, 기단 돌계단 위에 있던 돌사자도 넷 중 하나만 남은 상태다. 석가탑에서 발굴된 유물은 2018년 개관한 불국사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석굴암 석굴(국보)은 토함산 중턱에 화강암으로 지었으며, 본존불을 중심으로 여러 부조를 조각했다. 내부는 직사각형 전실과 원형 주실, 두 곳을 연결하는 통로로 구성됐다.
신라의 천 년 역사와 문화유산을 한눈에 보는 국립경주박물관도 빼놓으면 안 된다. 금관총, 황남대총, 천마총에서 나온 국보·보물급 유물을 상당수 전시한다. 신라 시대 고분군 대릉원(사적)에서는 내부 관람이 가능한 천마총과 거대한 쌍분인 황남대총이 포인트다. 선덕여왕 때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첨성대(국보)는 야경이 신비로운 관측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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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열차나 시외버스 타고 수학여행 가던 때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여수 오동도는 추억의 장소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뀐 세월에도 울창한 숲과 해안은 여전히 아름답다. 오동도는 방파제를 따라 10~15분 걸어가거나 자전거, 동백열차 등을 이용하면 편하다. 방파제를 지나 산책로가 시작되고, 동백나무 숲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진다. 해안 절벽으로 이어진 갈림길에선 확 트인 바다와 갖가지 절경을 만난다. 섬 정상에는 1952년 처음 불을 밝힌 오동도등대가 있다. 전망대를 관람한 뒤 맞은편 야외 찻집에서 동백꽃차를 맛보며 휴식하면 좋다. 추억에 젖게 하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푸른 신우대와 나무줄기가 둘로 갈라진 모습이 꼭 닮은 '부부나무'도 눈길을 끈다. 숲길과 해안 절벽을 둘러보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여수하면 꼭 들러봐야 하는 곳이 진남관(국보)이다. 진남관은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삼은 진해루 터에 세운 객사다. 2023년까지 보수·정비 사업이 진행돼 현재는 관람이 어렵다. 진남관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이순신광장에서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2010년에 개장한 이순신광장에는 위풍당당한 이순신 장군 동상과 원형에 가깝게 재현한 거북선이 있고, 거북선대교 아래에는 낭만포차거리가 있다. 어둠이 깔리면 거리는 북적이고 흥겨운 분위기가 흐른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기울이는 술잔에 낭만이 배어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