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제주는 분주하다. 봄, 여름 수많은 사람의 발길을 온몸으로 견뎌냈으니 휴식이 필요할 만도 한데 가을 여행객을 맞기 위해 울긋불긋 단장을 시작한다. 그래서 제주의 가을은 아름답고, 여행객은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가을 제주의 참모습은 숲에 있다. 눈에 접할 수 있는 바다와 달라 찾아봐야 보이는 곳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숲길을 걸으면 그곳이 무릉도원이다. 걷는 게 싫다면 발길을 멈춰도 좋다. 몸단장을 끝낸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을 제주 여행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가을 제주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스폿을 소개한다.
느림의 미학 '무장애 숲'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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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오름자연휴양림의 토양은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이롭다고 알려진 화산 송이로 들어차 붉은색을 띈다. 화산 송이의 건강한 기운이 가득한 이곳에는 상잣성 숲길 1.1 km 구간에 무장애 나눔길이 조성되어 있다. 다른 숲에 비해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제주 전통가옥 형태의 숙박시설이 독채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애인 객실이 마련돼 있다.
절물은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휴양림이다. 산책로 8개 코스 27.3km 구간 중 5개 코스 약 7km 구간에 무장애나눔길이 조성돼 있다. 절물 내 숙박시설은 온 종일 온전히 숲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장애인 우선 예약 정책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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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동백동산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동백나무가 전체 수목의 3분의 1을 차지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큰 나무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키 작은 동백나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제주 도롱뇽과 개구리를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의 생태체험장으로 제격이다. 특히 멸종 위기 야생생물로 등록된 제주 고사리삼이 있다. 원시 고사리 식물로 살아있는 화석으로 꼽힌다. 탐방 시 구두나 샌들을 착용하면 입장이 제한될 수 있으니 가벼운 운동화를 착용하고 출발하자.
버려졌던 땅, 독특한 지형 '곶자왈'
시간이 멈춘 듯하다.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품고 있다. 울퉁불퉁 돌 틈 사이로 나무뿌리가 뒤엉켜 있다. 나무가 자란 형태는 제멋대로다. 덩굴식물도 돌과 나무와 한 몸이 됐다. 화산섬 제주의 용암 위로 흙이 쌓이고, 이끼가 묻어나기를 반복하며 숲을 만들어 낸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제주의 숲으로 제주 곳곳에 위치한다. 과거에는 버려진 땅으로 인식됐지만, 사람의 인적이 드물었던 덕분에 생물·지질·문화 다양성을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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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연인과 함께라면 환상숲곶자왈공원 인근 산양큰엉곶을 추천한다.
산양큰엉곶에는 다양한 포토존과 옛 기찻길 풍경 등 곳곳에 재미 요소가 가득하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달구지길이 있어 남녀노소 함께하기 좋다. 하절기기준 오전 9시30분 입장을 시작해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5시다. 산양큰엉곶을 즐기는 방법은 숲길탐방로, 달구지길, 숲길+달구지길 코스가 있다. 각각 1시간 남짓 시간이 소요된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맑은 숲 공기를 한껏 즐기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백설공주의 집, 난쟁이 집 등 다양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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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단풍·야경' 이색 경험 매력적
숲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숲길이 아니다. 제주의 숲길은 저마다 매력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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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봉은 공항에서 가까운 무지개 해안도로와 연결되어 있다. 낮은 오름이라 어린이들도 오르기 쉬우며, 탁 트인 전망으로 야경을 즐기기에 좋다. 정상에 오르면 쉴 새 없이 이착륙하는 활주로의 비행기를 볼 수 있다.
사라봉은 '사봉낙조'에 해당하는 오름으로 해 질 무렵 바다 위로 붉게 물든 노을이 장관이다.
별도봉은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로 해안절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밤에는 밀려오는 바닷소리와 함께 산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가 한데 어울려 이곳만의 매력을 뽐낸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