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이스타항공, 경영정상화 '안갯속'…국토부 "AOC 발급 불가"

강우진 기자

기사입력 2022-08-30 10:24 | 최종수정 2022-09-01 17:21


이스타항공이 허위 회계자료 제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공방을 벌이며 경영정상화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항공운항증명(AOC) 발급 중단이 장기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직원들은 집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AOC는 항공사가 항공 운항사업을 위해 안전 운항이 가능한지를 항공 당국이 점검한 후 부여하는 공식 증명서를 말한다. AOC가 없는 항공사는 운항이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자본잠식 감춰 vs 감출 이유 없어

앞서 국토부는 지난 7월 28일 이스타항공의 AOC 발급 절차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이스타항공이 대표자 변경을 위한 변경 면허 신청 및 발급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을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자본잠식이란 적자 때문에 기업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국토부는 면허발급 시 해당 항공사의 재무능력, 사업계획, 결격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자본잉여금 등의 항목을 신청 당시인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작성하고, 결손금 항목은 지난 2020년 5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하면서도 작성기준일을 표기하거나 국토부에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스타항공은 당시 국토부에 자본잉여금 3654억원, 이익잉여금(결손금) -1993억원으로 자본총계가 2361억원이라는 내용의 회계자료를 제출했다. 이는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5월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시된 이스타항공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는 이스타항공의 자본잉여금은 3751억원, 이익잉여금은 -4851억원으로 자본총계가 -40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타항공 제출자료와 금감원 공시자료 비교.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해당 시점의 자료를 제출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고, 의도적으로 자본잠식을 감출 이유도 없다는 주장이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의 경우 재무 기준이 미달한다고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당시 회계시스템이 폐쇄되고 정상적인 회계 결산이 진행될 수 없던 상황이라 이익잉여금(결손금) 등의 경우 가장 최신 자료인 지난 2020년 5월 말 기준 수치를 반영한 것으로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 측에 설명했다"며 "결산 이전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이익잉여금(결손금)의 증가로 인해 국토부에 제출한 수치와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운항 중단 2년 경영난 심화, 직원 불안 극심

이스타항공의 정상 운항이 미뤄지면서 경영난은 심화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항공기 3대의 리스비 등 매달 50억원이 넘는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 2020년 3월부터 전 노선에 대한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운영에 있어서 국토부와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로선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운항 외에는 마땅한 수익이 없는 항공사가 3년 가까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으니 수십억에 달하는 리스비 등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약 1년간 월급을 반납하는 등 고통을 분담하고 있었지만, 정상 운항 기약이 없어지며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등으로 고용유지지원금마저 받지 못했다.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악화로 이스타항공의 직원 1600여명 중 1000여명은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운항을 재개하면 이들 1000여명을 순차적으로 우선 고용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결국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9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유급 휴업 및 휴직에 들어가기로 했다. 유급 휴업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한 상태다

직원들은 허위 자료 제출과 관련한 수사는 철저히 하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AOC 발급 절차는 진행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단은 "AOC 발급 지연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해 이스타항공이 파산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들이 지게 된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500여명의 직원과 다시 돌아와야 할 1000여명의 동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항공운항증명(AOC) 발급 절차 진행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대전상공회의소와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도 이스타항공의 정상 운항을 위해 입을 모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생존권과 근로권 보장,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우려해 AOC 발급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관련 지침에 따라 AOC 발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AOC 발급 전제 조건은 면허의 유효성을 따지는 것인데 고의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면허의 유효성 자체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에 절차를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이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의 채용 비리 논란까지 계속되고 있어 잡음이 이어지는 상황. 전주지검은 지난달 22일 이스타항공 사무실 2곳과 이 전 의원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고, 이와 관련 이 전 의원은 '부정 채용이 아닌 지역 할당제'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비록 이 전 의원이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 후 경영권을 갖고 있진 않지만, 채용 비리 논란이 향후 이스타항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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