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상장(IPO)을 준비중인 신선식품 배송업체 컬리가 무탈히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지난 2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컬리에 대한 주권상장 예비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상장요건을 충족,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컬리, 이례적인 '보호예수 확약서' 제출…상장 직후 주가 하락 우려했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22일 컬리에 대해 "주권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요건을 충족해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컬리가 상장을 청구한 지난 3월 28일 이후 5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예비심사 기한은 신청 후 45거래일(2개월)로 규정돼 있으나, 심사 기간이 연장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코스피 신규 상장 요건은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상장 신청일 현재 기준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이거나 상장 신청일 현재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 혹은 상장 신청일 현재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등이다. 셋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심사가 장기화된 이유 중 하나로 창업자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을 꼽는다.
지난해 컬리의 감사보고서에 따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은 5.75%에 불과하다. 업계는 거래소가 창업자가 아닌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컬리의 주요주주를 구성하고 있어 경영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컬리의 지분 50% 이상은 대부분 외국계 FI가 보유 중이다. 힐하우스캐피탈(11.89%)과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SK네트웍스(3.53%) 등이 있다.
이가운데 이번 예비심사 관련, 컬리가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1% 이하 소액주주들에게도 상장 후 1개월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도록 하는 보호예수를 확약받아 거래소에 제출한 것이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컬리 측에서 소액주주들이 상장 직후 주식을 매도하는 부분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컬리 측은 "보호예수 관련 사항은 증권공개서 공개 전까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감사보고서에 따른 '기타주주'로 분류된 소액주주의 지분은 전체의 32.67%다. 다만 이는 올해 초 2500억원을 투자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엥커에쿼티파트너스 자금이 포함되지 않았기에 새롭게 발표될 증권신고서에서는 이들의 지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에게까지 보호예수를 요구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보호예수는 일반적으로 최대주주나 주요 주주 등 특수관계인들이 책임 있는 경영을 하도록 만드는 방편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컬리는 이에 앞서 주요 주주들에게도 최소 1년 6개월 이상의 보호예수를 확약받아 거래소에 제출한 바 있다. 해당 확약서에는 20% 이상 지분에 대해 경영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약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컬리의 특례상장 둘러싼 업계 시각 차이 여전…연기 가능성도
컬리는 예비심사 승인 후 가장 최적의 시기에 상장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겪고 있는 만큼 실탄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라도 상장을 강행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컬리가 운영하는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액 1조557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이 2138억원에 달했다. 2020년 1163억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컬리의 상장을 두고 업계의 시각 차는 아직도 큰 편이다. 상당한 영업손실액을 볼 때, 상장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구심을 품는 일부 의견도 존재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먼저 현재 투자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 컬리보다 앞서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철회에 나서면서 투자심리마저 얼어붙었다. 몸값 책정 과정에서 FI들과의 조율도 필요하다.
업게에선 현재 시장에서 평가되는 컬리의 가치를 1조~2조원 사이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받을 당시 평가받은 4조원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로 상장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업종의 SSG닷컴과 오아시스 등이 상장 계획을 미루거나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만큼 어려워진 시장 분위기 탓에 적절한 상장 시기를 두고 상당한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