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예금) 금리가 뛰면서 은행 정기 예·적금에 시중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에도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이 28조56억원 불어난 것을 고려하면, 최근 약 한 달 열흘 사이 무려 34조원 이상 급증한 셈이다. 이는 올 상반기 6개월동안 유입된 자금보다도 큰 규모다.
한국은행의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직후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최대 0.90%p 인상했다.
정기 예·적금과는 대조적으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은행 요구불예금의 경우 지난달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빅스텝이 단행된 7월 한 달간 36조6033억원 줄어들었다. 이달에도 지난 11일(잔액 661조3138억원)까지 12조464억원이 빠져나갔다.
증시 주변 자금도 지난 11일 기준 167조504억원 수준으로, 7월 초(169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2조2509억원 정도 줄었다.
증시 주변 자금은 투자자 예탁금(54조7873억원), 파생상품거래 예수금(12조3542억원), 환매조건부채권(80조4046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099억원), 신용거래융자 잔고(19조2109억원), 신용 대주 잔고(833억원)를 합한 것이다.
가계 대출은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11일 현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6191억원으로 6월 말(699조6521억원)과 비교해 한 달 열흘여 사이 3조330억원 줄었다.
정기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현상은 은행들이 최근 내놓은 예·적금 특판 상품의 '조기 소진' 행렬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22일 최고 연 3.20% 금리(18개월 만기)를 주는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선보였는데, 4거래일 만에 2조원 어치가 모두 판매됐다. 이에 6월 28일 한도를 1조2000억원 올렸으나, 7월 4일 한도가 소진됐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1일 최고 연 3.20%(12개월)의 '신한 S드림 정기예금' 특판을 진행했는데, 4거래일 만인 6일 1조원 한도가 모두 동났다.
NH농협은행이 내놓은 'NH올원e예금'은 7월 11일 0.4%p 추가 금리를 주는 특판 이벤트를 시작한 뒤, 3주 만인 7월 29일 2조원 한도가 소진됐다.
이처럼 최근 은행들이 내놓은 예·적금 특판 상품이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대금리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은행들이 홍보하는 만큼 실제로는 최고 금리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이 판매중인 '우리 Magic 적금 by 롯데카드'의 최고 금리는 연 7.00%지만, 기본금리는 연 1.50%고 우대금리가 5.50%p다. 롯데카드 관련 우대금리가 5.00%p인데, 적금 가입일 월 초부터 최종만기일 전월까지 60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또 자동이체 건수를 매월 1건 이상 보유해야 한다. 나머지 우대금리 0.50%p는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하고, 상품·서비스 마케팅에 동의해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은 연 5.50% 금리를 제공하지만, 하나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날 단 하루만 가입할 수 있다.
추가금리를 추첨해서 주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5주년을 맞아 최고 연 8.5% 금리를 주는 '26주 적금'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8%대 금리를 받으려면 퀴즈를 푼 뒤 1만명을 추첨해서 주는 5%p 금리 쿠폰에 당첨돼야 한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