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 1위' 두나무가 검찰과의 법적 공방과 루나 사태와 관련된 차가운 여론 속에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나무는 "루나 입출금을 즉시 중단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가 루나 코인을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송치형 회장을 포함한 두나무 관계자들은 가짜 회원 계정을 개설, 허위거래(자전거래)를 통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0년 1심 재판부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송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이에 대해 항소했다. 검찰은 해당 문제를 '중대한 지능형 범죄'로 봤다. 앞서 2019년 12월 결심 공판에서 송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1심 판결 이후 2년 만인 2021년 12월 2심 공판이 시작됐다. 이후 현재 5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두나무 측은 그간 진행된 공판에서 "자전거래는 인정한다. 하지만 거래량을 부풀리려는 의도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들이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신규 발행된 가상자산은 일정 수준의 거래량 유지를 위해 자전거래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한다. 문제는 자전거래로 시세를 조작하고, 가상자산 거래가를 끌어올려 투자자들에게 시세 차익을 얻기 좋은 종목으로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두나무 측은 "현재 공판이 진행중인 사안으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송치형 회장의 6차 공판은 오는 8월 재개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논의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관련 사안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만큼 시세조작 의혹이 공론화되고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대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송 회장의 이후 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루나 사태에 따른 거래소들의 투자자 보호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데 이어, 길어지는 공판은 두나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두나무, '루나 폭락 사태'로 비난 받은 이유&대책
두나무가 가상자산 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루나 사태는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하던 코인이 한 순간에 99% 넘게 폭락한 사건을 가리킨다. 이로 인해 국내서 피해를 본 투자자는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지난 5월 20일 루나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다만 업비트가 루나의 거래 중단을 즉각 조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루나가 폭락하자 타 거래소들이 빠르게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입출금을 전면 중단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에 비판은 더욱 거셌다.
빗썸은 5월 11일 루나의 입금을 막고 13일 오전 1시 입출금을 중단했다. 코인원은 5월 10일 입출금을 중단했다 재개한 후, 5월 13일 오전 1시부터 출금과 입금을 중지했다.
업비트는 5월 11일 오후 5시 23분 루나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지했다. 입·출금 거래는 5월 13일 오전 1시에 중단했으나, 3시에 돌연 재개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쯤 되어서야 다시 입출금 서비스를 재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상폐빔'(상장폐지를 앞두고 가상자산의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노린 투기성 투자자가 급증해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업비트는 약 100억원에 달하는 거래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입금이라도 먼저 막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루나의 입금을 막지 않아 차익 거래가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루나의 가격 하락이 가속화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두나무 관계자는 "테라 블록체인이 재개됐을 때 루나 입출금을 열었던 건 투자자가 코인을 팔 수 있도록 취한 조치"라며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과 차이가 생기는 등 독자적인 시세가 형성됨으로써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루나 사태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거래 지원 부문, 시장 감시 기능, 준법 기능 분야에서 실질적은 투자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자율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업비트는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함께 향후 루나 대폭락 사태와 같은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를 꾸렸다.
루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내 거래소들의 대응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투자자 혼란을 가중했다는 비판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두나무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동협의체는 거래지원(상장) 개시 및 종료(상장폐지) 관련 투자자 보호 규율을 마련하고 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해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화폐 관련 정보 제공이나 투자 위험성 고지 등도 이행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초대 의장은 이석우 업비트 대표가 맡았다. 업비트는 협의체 간사를 담당한다.
두나무 측은 "앞으로 공동협의체 외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