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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식을 줄 모르는 벨로드롬 루키(26기) 돌풍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5-26 13:36


광명스피돔에서 출전 선수들이 결승선을 앞두고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사진제공=건전홍보팀

벨로드롬 새내기 26기 선수들의 돌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승급=고전'이란 등식은 경륜계 상식으로 통한다. 제 아무리 하위 등급에서 날고 기던 강자들도 승급을 하게 되면 두터운 실력차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가령 선발급 선수가 우수급에 승급했을 경우 기존 잔류 우수급 선수들을 상대해야하는 게 아닌 특선급 강급자들과 맞딱뜨리게 된다. 위치 선정부터 제약을 받기 마련이라 사실상 출발부터 간극이 생기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26기들은 코로나로 유례없는 적은 경기 수에 참여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김주석, 강동규, 김영수, 정지민이 특별승급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었다. 여기에 올 초 상반기 등급 심사에선 전경호, 강동규, 윤승규, 김다빈, 박종태가 선발에서 우수로 승급해 전체 기수 중 가장 많은 명단까지 배출했다. 바로 전 기수인 25기가 단 한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놀라운 점은 이들의 경우 승급 후에도 동급 준강자 또는 시드급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 '승급=고전' 등식이 예외로 적용중인 기수다.

대표적 인물은 김영수다. 지난해 선발, 우수 모두 특별승급에 성공한 김영수는 처녀 출전한 특선급 데뷔전(3월 4일 광명 9회차 1일차 13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는 최고의 기량에도 불구하고 신인 핸디로 우수급을 배정받은 임채빈 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곤 경륜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김영수는 경륜 지존인 임채빈 조차 인정하고 앞 뒤 연계를 꾀할 만큼 특선급에서 단기간에 자릴 잡았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6기 김영수. 사진제공=건전홍보팀
여기에 강동규, 김다빈, 방극산, 이태운, 전경호, 정현수는 현재 웬만한 우수급 편성에서는 모두 축으로 활약 중이며 박종태, 박지웅, 박찬수, 배수철, 정지민 등도 꾸준히 입상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동급 최강자들을 위협중이다. 이외 배석현, 이인우 등은 선발에서 매 경주 압도적 격차를 벌이며 우승을 차지고 있어 하반기 승급은 이미 확정적이다.

현재 26기 전체 22명중 절반이 넘는 선수가 우수급에서 활약 중인데 선수층이 두터워진 요즘 같은 때 결코 쉽지 않은 결과다. 또한 어느 기수든 속된말로 바닥을 쓰는 하위급 선수들도 있기 마련인데 26기만큼은 단 한명도 이렇게 고전중인 선수가 없다. 주식시장으로 비유하자면 매일 상종가를 치는 종목과도 같은 셈. 그야말로 버릴 선수가 없는 것이다.

26기들의 이 같은 활약은 전문가들 조차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임채빈으로 대표되는 25기에 비해 대어급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훈련원에서 조차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었고 데뷔 시점에는 코로나로 훈련원 시절 갈고 닦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조차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6기들을 가리켜 일부는 '저주받은 기수'란 표현까지 쓸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반전이 가능했던 요인 중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상황이 한몫 했다. 이 시기 가장의 막중한 책임으로 인해 다른 일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기존선수들에 비해 금전적, 육체적 부담이 덜했던 것이다. 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에 미혼이라 비교적 몸 관리를 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훈련원 시절 단내가 풀풀 날 정도로 갈고닦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조차 없자 이 증폭된 갈증을 실전에서 한풀이 하듯 쏟아내는 열정과 집중력이 더해진 것이다. 동기들 전체가 선전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에 따른 인지도 상승이 집중력과 경주전개에 편안함을 증폭시켰다.

또한 26기들은 팀 내 훈련 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전국 각 지역팀의 새바람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요즘 뜨고 있는 동광주 그리고 세종팀이다. 26기들의 활약에 각 팀 고참 선수들은 올해 데뷔하는 27기 선수들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과거와 달리 젊은피 수혈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원년 전문가인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경륜장 격언 중 '과거 화려한 명성의 노장보다는 신인을 주목하라'는 말이 있다"면서 "잠재적 예비 특선급 스타들이 넘쳐나는 26기들은 인기 대비 실제 입상률이 가장 높은 기수이기에 앞으로도 적잖은 기간 동안 제 몫을 해줄 효자 선수로 활약할 것"이라 평가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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