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악재·돌발 변수에 경영 실적 회복 빨간불?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2-04-11 10:23 | 최종수정 2022-04-12 08:37


호텔롯데의 경영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부터 실적 회복과 상장 재추진을 위해 내실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대내외적인 악재와 돌발 변수 등으로 경영 실적 회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인해 호텔업계의 전반에 실적 확대 기대감이 높아진 것과 다른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말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2018년 법인세 등의 명목으로 1541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초 이뤄진 세무조사의 결과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호텔롯데 본사에 조사관 수십여 명을 파견해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4국은 주로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 혐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국세청의 추징금은 호텔롯데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평상시면 몰라도 그동안 코로나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4조 5966억원, 영업손실 2610억원, 당기순손실 36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0년 3조8444억원 대비 증가했지만 2년 연속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다. 호텔롯데는 코로나 영향을 받아 2020년 영업이익이 -4976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19년 이후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호텔사업부, 면세사업부, 월드사업부, 리조트사업부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실적 부진은 전체 실적 비중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사업부 부진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 장기화로 국내외 여행 수요가 급감한 상황임을 감안해도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부진한 성적표다.

호텔롯데는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올해 1월 25일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 롯데쇼핑 195만3254주, 롯데칠성음료 8만5932주를 법인세 징수 유예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담보로 공탁했다.

호텔롯데의 경영 돌발 변수로는 러시아발 리스크가 꼽힌다. 호텔롯데는 지난 2월 러시아 소치에서 현지 건설기업인 메트로폴리스그룹과 호텔 운영을 위한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2025년 소치에서 러시아 내 5번째 롯데호텔이 문을 연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계약은 호텔 소유주가 호텔을 직접 운영하되, 특정 호텔 브랜드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브랜드와 운영방식 노하우 등을 제공받는 형태의 계약이다.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이 주로 채택하는 방식으로 호텔 브랜드로서는 별도의 투자금액을 들이지 않고도 브랜드 확장과 수익 창출이 용이하다. 일종의 신사업이다.

안세진 호텔롯데 대표는 당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사마라 등 러시아 요지에서 4곳의 5성급 호텔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역량이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계약 성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텔롯데가 메트로폴리스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국제사회가 '러시아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호텔롯데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안 대표를 선임했다. 안 대표는 신사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 전략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 올린 바 있다.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관련 보이콧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러시아를 시작으로 호텔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에 나서겠다는 호텔롯데의 경영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호텔롯데의 상장 재추진을 위해선 악재와 돌발변수 등에 따른 리스크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게 이유다. 호텔롯데가 상장을 하기 위해선 '최근 사업연도에 영업이익, 법인세차감전계속 사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각각 실현'과 '최근 이익액 50억원 이상' 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가뜩이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는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호텔롯데는 연이은 악재와 돌별 변수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국세청의 고지세액과 관련해 조세심판원 조세불복 심판 절차 진행 중에 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의 호텔 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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