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색조 화장품 기업 클리오가 최근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내부 직원 한 명이 수십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22억 횡령한 내부 직원 탓에 연간 영업이익 3분의 1 규모 피해 입은 클리오
회사 측은 "당사는 화장품 판매 및 유통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당사 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벤더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과정에서 내부 통제 프로세스를 통해 1월에 특정 영업 직원 1인이 담당하는 유통 채널 미수채권 규모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인지, 벤더업체로부터 회사가 수령할 거래 대금을 개인이 수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클리오가 입은 피해액은 매출채권 11억1709만원, 재고자산 5607만원, 거래처 피해 보상액 5억9721만원 등을 합쳐 22억2000여만원이나 된다. 이는 클리오의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인 62억원의 3분의 1 규모이기도 하다.
횡령액 탓에 클리오의 기타비용은 2020년도 7억5191만원에서 2021년 28억2929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클리오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지난해 하반기 무렵부터 홈쇼핑 화장품 판매업체로부터 받은 매출 일부를 개인계좌 등으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여러 차례 회삿돈을 횡령했다. 회사 측은 연말회계감사 준비 진행 과정에서 자사 영업 직원 A씨가 담당중인 유통 채널의 미수채권 규모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인지, 횡령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관계 파악 즉시 클리오는 내부조사와 외부 회계법인 포렌식 조사를 진행시켰고 이번 사건이 A씨 단독 범행임을 확인했다.
클리오는 공식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를 상세히 밝혔다. 회사 측은 "영업 직원 1인의 횡령 사건이 발생, 해당 직원에 대해 인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해고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또 "A씨에 대해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사건 수사를 의뢰해 둔 상태"라면서 "손실 금액 회수를 위해 A씨의 임차보증금, 은행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색조 시장 활기 찾았는데…한현옥 대표 내부통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색조와 기초 전문 화장품 업체인 클리오는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온라인 판매에 집중, 나름 매출 방어에 성공했다.
또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이 리오프닝(경기재개) 관련 종목에 집중되면서, 클리오에도 순풍이 부는 듯 했다. 주주들 역시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직원 횡령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주주들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횡령 소식이 전해진 3월 24일 클리오 주가가 급락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클리오의 주가는 직전일보다 7.46%(2600원) 떨어진 1만9850원에 거래됐다.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취약점이 있다는 의견을 받은 클리오는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사건이 최근 온라인 채널 확장·비건 제품 출시 등에 적극 나선 한현옥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 제동을 걸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내부통제 관리 '책임론'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대표는 1997년 클리오를 설립했다. 국내 화장품업계 최장수 여성 CEO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지난 2016년 코스닥 시장에 클리오를 상장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상장 직후 한동안 클리오의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클리오의 영업이익은 2016년 257억원에서 2017년 109억원으로 줄었으며, 2018년에는 -17억원으로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9년 영업이익 186억원을 기록, 실적 반등을 이룩했다. 2020년과 2021년 영업이익은 각각 62억원과 138억원.
이같은 반등 배경의 주된 이유로는 국내·외 오프라인 지점의 공격적 폐지가 꼽힌다. 운영 효율화라는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줄만 하지만, 장기적 성장 동력 마련에선 결정적 '한방'을 보이지 못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클리오 측은 "최대한 신속하게 손실 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동일한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고도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주주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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