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일가 지분율 100%로 오너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기업들이 지난해 계열사 일감으로 올린 매출액이 6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100%의 지분을 소유한 현대머티리얼은 지난해 현대비앤지스틸 등과 거래로 98억8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내부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와 그의 아들들, 허 대표의 여동생이 소유한 승산은 매출액의 18.1%(51억7000만원)를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올렸다.
매출액의 전부를 내부거래만으로 올리는 회사도 있다.
한진의 청원냉장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99.6%인 테일캐터링과 내부거래를 했는데,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액 비중이 100%였다. SM의 삼라마이다스, 한국타이어의 신양관광개발, 중흥건설의 중흥종합건설, 애경의 비컨로지스틱스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한진의 태일통상(91.1%), 부영의 부강주택관리(96.7%), 효성의 공덕개발(93.7%), 애경의 우영운수(90.1%)의 내부거래 비중 역시 높았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그룹 주력 회사 지분까지 소유해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현상에 일조하기도 했다.
애경그룹 동일인 장영신 회장과 그의 남편, 아들과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케이아이에스는 매출액의 69.7%(508억6000만원)를 내부거래로 벌어들이는 곳이다. 이 회사는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 10.47%도 보유하고 있다.
OCI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 등이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니드글로벌상사는 지난해 매출액의 4.6%가 내부거래로 이뤄졌다. 유니드글로벌상사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유니드 지분 25.1%도 보유 중이다.
오너일가의 개인회사 혹은 이들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을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는 합리적 내부거래일 수 있지만 결국 총수일가의 자산증식 및 지배력 강화에 이들 회사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20%, 비상장사 30% 이상(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현황을 별도 공개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와 시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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