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지 1년여를 맞이하면서, ABC마트 코리아가 지난해에도 거액의 로열티를 일본 본사에 보낸 사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ABC마트 코리아, '99.6%'가 일본 본사 지분…불매운동에도 매장 수 확대와 매출액 ↑
ABC마트 코리아는 지난 2002년 한국에 진출한 일본 ABC마트의 한국 법인이다. ABC마트 코리아의 전체 지분 중 99.6%는 일본 ABC마트가, 나머지인 0.04%는 이기호 ABC마트 코리아 대표 등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ABC마트 코리아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국내에 진출한 대다수의 일본계 기업들이 매출 감소 및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 등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비교해 타격을 덜 받았다.
대표적으로 일본 데상트가 지분 100%를 차지하고 있는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 78% 감소했다. 일본 데상트는 한국의 반일운동으로 인한 어려움을 공식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오제키 슈이치 데상트 사장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3개년 중기경영전략 설명회에서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영향이 있다. 한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유니클로는 올해 들어 폐점한 매장만 11곳에 달하고,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인 지유(GU)도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 진출 1년 8개월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일본기업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와 데상트 등과 달리 ABC마트 코리아가 '승승장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먼저 ABC마트는 유니클로, 데상트 등 국내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아 소비자들이 상호명만 들었을 때 일본기업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ABC마트가 신발 유통업체라는 점도 큰 '덕'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주로 판매하는 제품들이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이기 때문에 일본 불매운동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ABC마트 코리아는 계속해서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피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ABC마트 코리아는 약 1년만에 매장을 20개나 새로 오픈했다. 지난 2019년 8월 256개였던 전국 매장수가 2020년 6월 현재 276개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유니클로는 매장 수가 14곳 줄어 든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ABC마트 코리아의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 늘어난 545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9% 감소한 376억원이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판매관리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불매운동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로열티로 '81억원' 지급한 ABC마트 코리아
지금까지 ABC마트 코리아가 일본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는 총 589억원에 달한다.
ABC마트 코리아는 지난 2010년부터 일본 ABC마트와 상표권 등에 대한 로열티 계약을 맺은 후, 2014년에는 60억원, 2018년에는 82억원을 지급하는 등 로열티는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본기업 불매운동 여파에도 끄떡없음을 증명하듯, ABC마트 코리아는 일본 본사에 로열티 81억원을 지급했다. ABC마트 코리아에 따르면 로열티는 연 매출 대비 1.6%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ABC마트 코리아는 일본 ABC마트에 전년 이익잉여금에 대한 배당금으로 총 108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일본 본사로 보내는 로열티 관련 논란에 대해 ABC마트 코리아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 드릴 부분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더욱이 ABC마트 코리아는 매년 일본 본사에 수십억원을 로열티로 보내고 있지만, 정작 기부금에선 눈에 띄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돈은 한국에서 벌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선 한국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ABC마트 코리아는 지난 2016년 국내에 2억4663만원을 기부했다가 2017년에는 2674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후 2018년에 2억8566만원으로 기부금이 전년 대비 늘어났으나 2019년 2406만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또한 올해에는 불매운동 속 피해를 입은 기업들과 비교해 선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한 활동 중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한 성금 1억원이 전부다.
불매운동의 최대 표적이 돼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유니클로도 지난 3월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경북 지역의 의료진을 위한 구호성금 5000만원과 약 1억2000만원 상당의 기능성 의류를 기부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대구 지역 내 취약계층 아동 및 관련 시설 근무자들에게 마스크 1만5000장을 제공했다. 또 새로 오픈하는 매장의 경우, 지역 농산물 관련 행사를 마련하는 등 상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비교가 된다.
이와 관련 ABC마트 코리아 관계자는 "자사도 그동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랑의 열매 등에 신발 기부 및 기금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ABC마트 코리아가 매출액이나 규모에 비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물론 로열티나 배당은 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일본과의 경제적인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증대에 치우친 듯 보여질 수도 있는 모습에서 탈피해 상생을 위해 보다 진취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시급해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ABC마트 코리아 외에도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를 판매하는 한국시세이도는 불매운동 초기에만 판매가 잠시 부진했다가 이내 회복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512.3%(283억원)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지분 100%를 일본법인 주식회사 아식스가 소유하고 있는 아식스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 줄어든 127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018년 92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4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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