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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추억'을 만들게 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막을 내렸다.
경찰은 이 사건의 재수사를 통해 사건은폐, 감금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했던 당시 검찰 직원과 경찰관 9명을 검찰에 넘겼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수사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사람과 진범,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사법기관의 관련자들을 밝혀낸 것은 성과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죄는 쌓였는데 그 누구도 처벌할 수 없는, 피해자들만 남은 사건이 되고 말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본관 5층 강당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범행이 입증된 것은 14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과, 9명의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과 강도다.
경찰은 수십 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 등을 토대로 그의 범행 동기를 '변태적 성욕 해소'로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침내 사건의 진실과 범인은 확인됐지만, 이춘재를 비롯해 잘못된 수사를 진행한 그 누구도 죄에 대한 처벌은 받지 않는다.
경찰은 이춘재와 사건 당시 검찰, 경찰 등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과 그의 가족, 그 외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전체 수사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잘잘못 등을 자료로 남겨 책임 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며 "진행 중인 8차 사건의 재심에 협조하고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또 다른 피해사례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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