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 이태운 사장 8월 임기말 잇단 악재, '문서 폐기' 논란에 개인정보 관련 금감원 개선권고까지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0-06-18 08:33


DB생명보험의 '문서 폐기' 후폭풍이 거세다.

DB생명이 보존연한이 남아있던 보험계약 관련 '원본'을 실수로 폐기한 후,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DB생명은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은 없다. 이번 일로 고객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절차의 투명성이 우선시 되어야 할 생명보험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 많은 소비자들의 실망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개인정보 관리 등에 있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지난해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이태운 DB생명 사장이 강조했던 약속과 다짐은 그 힘을 잃게 됐다. 당시 이 사장은 '더욱 신뢰받는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DB생명, 잘못 폐기된 문서가 54만건이나 되는데…'쉬쉬' 의혹도 나와

DB생명은 지난해 4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사 인재개발원에 보관돼있던 보험 청약서 등 보존 기한이 남은 고객 관련 문서를 폐기처분했다.

폐기된 문건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보험 서류의 원본으로 청약서, 알릴 의무사항, 상품설명서 등이 포함된 문서 총 54만2000여건으로 관련된 고객만 37만8000여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DB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됨에 따라 보존연한이 지난 문서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자사 직원이 실수로 문서를 잘못 분류했고, 이를 넘겨받은 외주업체 직원이 폐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만일 DB생명과 고객 간에 계약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오고갔는지를 두고 소송에서 다툴 경우 원본에 적힌 고객의 서명을 보고 자필서명한 것이 맞는지 필적 감정을 받게 되는데, DB생명의 잘못으로 중요한 증거자료가 없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상법 제 33조에 1항에 의하면 '상인은 10년간 상업장부와 영업에 관한 중요서류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와 관련 DB생명 관계자는 "고객과의 계약서 등은 모두 원본을 스캔처리해서 전자문서로 보관하고 있으므로 고객이 피해를 입을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법 제 33조 3항에서는 '장부와 서류는 마이크로필름 기타의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해 보존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제보에 의해 외부로 알려지기 전까지 DB생명이 고객들에게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DB생명은 현재까지도 고객들로부터 먼저 문의가 오는 경우에만 안내를 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DB생명 측은 "지난해 4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지금까지 원본으로 인한 분쟁은 없었다. 또한 원본을 놓고 소송에서 다투게 되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라며 "따라서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고, 금융당국에도 보고해야 될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DB생명 주장에 대해서도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청약서 등을 전자문서로 보관하는 것도 인정하는 추세라고 하나, 상법 제33조 1항에 적혀있는 것처럼 '10년간 원본을 보존할 의무'를 어겨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먼저 나서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또한 "보험사 사이트에서 원본이 폐기된 고객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원본이 폐기된 고객에게는 스캔본이 본인 것이 맞는지에 대한 재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DB생명이 고객의 개인정보가 담긴 중요한 문서를 외주업체에 맡긴 것을 두고, 폐기 과정에서 DB생명이 모르는 또 다른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고를 그냥 해프닝으로 넘기려는 듯해 마음에 안 든다','폐기를 하면서 개인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제대로 처리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등 DB생명을 향한 비난과 함께 불안감을 내비치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DB생명 측은 "문서폐기 과정은 CCTV를 통해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DB생명 지점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파일을 요구하는 등 원한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스캔된 사본을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류를 잘못해 이런 일이 발생한 만큼 기존에는 문서가 담긴 박스 겉면에 일련번호만 적어놓았다면, 이제는 어떤 문서가 담겼는지 한글로도 정확하게 표기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주의깊게 관리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금감원 지적에 RBC 비율 최하위 불명예까지…"더욱 신뢰받는 회사"가 되겠다던 포부는 어디에

이런 가운데 DB생명은 지난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개인정보 관리 등에 대해 '경영유의사항' 1건과 개선 사항 3건을 통보받았다.

먼저 금감원은 DB생명이 보험사고정보, 상품별 공시이율 등 보험계약관리를 위한 기초적인 정보를 전산자료에 포함하지 않아 해당 데이터의 부당 및 착오변경 또는 사고발생시 책임소재 규명 곤란이 우려되므로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DB생명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이메일을 보낼 때 책임자 승인 등 통제절차를 강화하고 복호화 파일은 업무목적 달성 시 즉시 삭제하거나 재암호화하는 등 전산자료 보안통제가 미흡하니 즉시 개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와 함께 안전한 방식의 암호화알고리즘 및 강도가 적용된 파일전송서비스를 사용하는 등 정보처리시스템 보안통제를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 DB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지적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선 개선 조치 후 일정기간 내 보고하도록 되어있는데, 현재 개선 완료 후 금감원으로부터 확인도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DB생명의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은 189.79%로 생명보험사 중에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어 지난해 말 DB생명의 RBC 비율은 176.17%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2%나 낮아졌다. 또 올해 1분기 RBC비율은 165.51%로 금융당국이 권장하는 RBC비율인 150%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은 RBC 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지면 이를 위험수준으로 보고 자본확충을 유도하고, 100% 미만인 보험사에는 적기시정조치로 경영개선을 권고하는데, DB생명의 RBC 비율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8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DB생명 관계자는 "먼저 RBC 비율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내부 제도 개선으로 계속해서 떨어지긴 했으나, 금감원이 제시하는 적정선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자사에서 지난 2014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대다수가 보장성 상품이며, 초기 사업비 진행으로 당기순이익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보장성은 장기적으로 이익이 나는 상품인만큼 올해부터는 실적 개선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태운 DB생명 사장은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며 "더욱 신뢰받는 회사, 고객의 100년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건실한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취임한 이태운 사장은 2017년 8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임이후 당기순이익은 감소세를 보이고 문서 폐기 사고가 발생하는 등 지속되는 잡음에 오는 8월 27일 임기가 끝나는 이태운 사장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DB생명 측은 "자사는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 더 노력해서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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