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 치료, 약물 복용·질세정제 무작정 이용하면 곤란한 이유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20-06-03 09:37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질 내부에서 발생하는 감염증의 일환으로 균 증식 밸런스가 무너져 각종 이상 증세를 야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질 내부를 산성으로 유지시키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라는 유산균이 없어지고 혐기성 세균이 대신 증식하며 발병하는 세균성 질염 사례가 흔하다.

질 내부는 평상 시 PH3.7~4.5의 산도를 유지하는 여성 생식 기관이다. 산성을 유지하며 세균의 침입 및 증식을 막기 위함이다. 락토바실러스균은 질 상피세포의 글리코겐을 젖산으로 바꾸어 내부 산도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락토바실러스균이 어떤 원인에 의해 감소할 경우 질 내부 산도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혐기성 세균 증식을 초래하고 나아가 세균성 질염 발병을 부추길 수 있다.

질 내부의 균 증식 밸런스 붕괴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잦은 성교, 자궁경부의 이완, 면역력 저하 등에 의해 락토바실러스균 유실이 이뤄진다는 것이 학계 내 공통된 의견이다. 세균성 질염 발병 시 질 주변의 가려움증과 함께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가 나타난다. 또한 회색 빛깔의 분비물이 관찰되기도 한다.

문제는 질염을 스스로 치료하려는 여성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질염 발병 사실을 수치스럽고 창피하게 여겨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약물 복용, 자가 치료에 의지하려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 질세정제를 구입해 질 내부를 세척하는 여성 사례가 다반사다. 세균성 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함과 동시에 재발을 방지하려면 질 내부 산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러한 원리를 무시한 채 강알칼리성의 질세정제를 무턱대고 사용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질 내 방어벽을 약하게 만들어 질염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일부 여성들은 약국에서 질정을 구입해 자가 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질염의 유형 및 상세 병증을 무시한 채 약물을 남용한다면 되레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클로트리마졸 성분의 질정은 다른 유형의 질염인 칸디다성, 트리코모나스에만 국한되어 개선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세균성 질염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따라서 세균성 질염이 의심된다면 자가 요법에 의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질염은 질 분비물 검사, 균 배양검사, Multi-PCR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이후 락토바실러스균을 사멸시키지 않고 혐기성 세균만 선택적으로 없애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약물 요법을 시행한다.

중요한 점은 치료와 더불어 본인 스스로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수라는 점이다. 전문의 권고에 따라 질 내부 산도 유지에 도움이 되는 질세정제를 주 2~3회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땀이나 분비물 흡수에 도움이 되는 면 소재 속옷을 착용하고 질 내부 산도가 낮아지는 월경 전후 성교를 피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특히 치료 기간 중 대중목욕탕 및 찜질방 이용은 자제하는 것이 권장된다. 도움말: 양산 박산부인과 원장 박현직(산부인과전문의) <스포츠조선 doctorkim@sports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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