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리스크관리와 브랜드 사용료 등에 대한 '무더기 지적'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 '무더기 지적'…경영유의·개선 등 9건 통보
이는 지난해 8월 금감원이 실시한 경영실태평가(RASS) 및 각종 부문검사에서 보험 리스크 부문 등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이 통보한 경영유의 사항은 내부거래 검토 및 관리 강화, 브랜드 사용 계약 업무 강화,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RSA) 구축 계획 미흡, 금리리스크 개선 대책 수립 필요, 신용·시장리스크 시스템 개선 및 사후검증 강화 필요, 리스크 허용한도를 통한 사전적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 등이다.
개선 사항으로는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추정방식 변경의 적정성 검토 절차 미흡, 해지환급금 초과 보험계약대출 운영 불합리, 대출채권 회수예상가액 및 대손충당금 산정 불합리 등이 지적됐다.
이번에 통보된 경영유의 6건 중 4건은 보험리스크와 관련된 내용이다. 지급여력평가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준비계획과 과제별 일정을 수립하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해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점, 금리리스크 개선 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통제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 신용·시장리스크 시스템 노후화로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 관련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및 적절한 사후검증체제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점, 리스크 허용한도 초과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사전적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강조됐다.
브랜드 사용료와 관련된 지적도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브랜드 사용료 지급기준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수익성 악화 수준을 감안하여 브랜드 사용료 지급 규모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600억원이 넘는 적자에도 206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했고, 올해는 221억원의 사용료를 낸다.
이와 관련 한화손보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의 경우 다른 기업들도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급여력평가 관련 2023년 구축 계획을 세우는 등 이번 금감원 지적 사항에 대해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손보는 이번에 금감원이 지적한 내용에 대한 조치 결과를 경영유의의 경우 6개월, 개선사항은 3개월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혹독한 신고식' 치른 강성수 대표…조직 슬림화·긴축 경영 효과는?
이러한 한화손보의 '난제'에 올해 3월 취임한 강성수 대표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 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지난 2013년부터 7년간 한화손보를 이끌었던 박윤식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한화손보는 지난 3월 사실상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거액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건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오르며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결국 같은달 25일 강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문을 내고 구상금 청구 소송 취하를 약속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한화손보 소속 센터장이 자택에서 설계사 교육수료생을 강제로 성추행한 사건이 알려지며 또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해당 센터장을 면직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연이은 구설은 '치명타'로 남았다.
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이러한 한화손보의 추락한 이미지 회복과 함께, 급락한 실적 회복을 어떻게 진행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수익성과 금리 리스크 등에 문제가 발견돼, 지난해 말부터 당국의 경영관리 대상으로 편입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고, 보험료 인상·사업비 절감·손해율 관리는 물론 임원 급여 반납 및 희망퇴직 실시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달부터 총 임원 34명 중 사외이사 4명을 제외한 30명이 임금의 10%를 반납 중이다. 지난 15일 마무리된 희망퇴직은 근속연수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20년 이상 근속자 대상에서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26일 한화손보 측은 "아직까지 이번 희망퇴직 규모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긴축 경영'이 이어지면서 한화손보는 올 1분기 3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관계자는 "차량 이동량 및 병원 방문 감소에 의한 손해율 개선과 대면영업 위축에 따른 사업비 감소 등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단기적 효과"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도 "일시적 현상인 만큼, 장기적인 호재로는 판단할 수는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를 '체질 개선 효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8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한화손보는 지난해엔 610억원의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은 765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계약이 적어진데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고객들의 보험 해지 건수도 적지 않다"면서,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재무통'으로 불리는 강성수 대표의 비상·긴축경영 카드가 어떻게 한화손보를 이끌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화손보 관계자는 "손해율 안정화, 사업비체계 개선 등 각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근본적인 손익구조 개선노력을 진행 중으로, 향후 지속적인 이익체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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