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흥국생명 부회장으로 '깜짝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오랜 기간 이호진 전 회장을 둘러싼 갖가지 잡음에 휩싸였던 만큼, 위 부회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위성호 부회장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성장전략 TF격인 미래경영협의회 의장을 맡아, 흥국생명 뿐 아니라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에 대한 자문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화려한 경력의 위 부회장이 정체된 태광그룹 금융계열사들에 새바람을 이끌 것을 기대한다고 알려졌지만, 공식 취임식이나 대외적인 공식 발표 없는 '지나치게 조용한 인사'가 그룹 안팎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서도 35년간 '신한맨'이었던 위성호 부회장의 '이적 등판'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 2018년 말 신한은행장 임기를 3개월여 남겨놓고 퇴진이 조기 결정됐던 위 전 행장은, 2019년 말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조용병 회장과의 두번째 대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위 부회장은 신한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난 2019년 3월 이후 맡았던 1년 임기의 고문직이 지난 3월 종료된 상태다. 신한과 결별하고 'FA'로 나서자마자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위 부회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또다시 도전할 것으로 점쳐왔지만, 도전이 여의치 않자 자리를 옮겼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말 위 부회장을 떨어뜨렸던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다음번 회장 선임때까지 이어져, 신한으로 돌아갈 동기를 잃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더불어 위 부회장에게 과거의 '법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향후 행보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위 부회장이 신한카드 재직 시절 발생한 채용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불기소 처분되긴 했지만 지난 2008년 '남산 3억원' 사건 관련 검찰 과거사위에서 요구한 재조사 대상이 되는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탄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 위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한적 역할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흥국생명 관계자는 "위성호 부회장이 지난 4일부터 회사에 출근한 만큼, 향후 청사진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계열사 별로 대표이사 CEO가 따로 있는 만큼, 직접적 경영 참여가 아닌 금융계열사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할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금융지주 경험 때문에, 보험 쪽도 낯선 분야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해결해야 할 난제 '수두룩'…이호진 전 회장 '오너리스크'는?
위성호 부회장의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구원 등판'은 앞으로 넘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저금리·저성장 등으로 보험업계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판(FAN)'과 신한은행 '쏠(SOL)'을 성공시킨 위 부회장이 금융시장에서 '단골 매물 후보'로 거론되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 어떻게 '디지털 DNA'를 심을 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러한 금융계열사들의 미래 먹거리 발굴 외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오너' 이호진 전 회장 때문에 추락한 기업 이미지 회복 또한 위 부회장의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된 이 전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이 함께 확정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흥국생명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과 관련 논란이 일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기소 이후 구속됐다가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 등으로 보석 결정이 내려져 7년 넘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지만, 음주·흡연 모습이 목격돼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을 받고 다시 구속된 바 있다.
최근엔 금융당국이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숨겨 공시 의무를 위반한 이 전 회장을 검찰에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재조명됐다.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 중이던 지난해 4월 선대 회장에게서 상속받은 태광산업 주식 15만1207주와 대한화섬 주식 9489주를 실명전환하고 금융당국에 자진신고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이 전 회장은 119명의 타인 명의로 태광산업 주식 15만여주를 차명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금독원이 자본시장법의 대량보유 보고의무와 소유상황 보고의무 위반에 대한 검찰 통보를 건의했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증선위는 정기보고서에 이 전 회장의 보유 주식 수를 거짓 기재한 태광산업에는 과태료 7530만원을 부과했다.
이 사실이 지난달 13일 알려지며, 이 전 회장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누나인 이재훈·이봉훈씨와 오랜 기간 상속재산 관련 법적 분쟁을 벌인 만큼, 이번 논란 또한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자진신고 당시 "차명주식과 관련된 상속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실명전환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태광그룹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차명주식 관련 검찰 통보는 자진신고에 따른 행정상의 절차"라며, "상속 분쟁도 일단락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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