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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팬들에게 받은 사랑 돌려주는 기부천사 스타들, 경주마 스타들도 예외 없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4-30 20: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스타들. TV 속 연예인을 비롯해, 랜선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훔친 스타동물들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스타 동물들은 자체 굿즈 제작, 광고 등을 통한 수익금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기부 명의 역시 해당 동물의 이름으로 진행된다. 경마계의 스타, 경주마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강아지 SNS 스타인 '달리'와 '백호'는 자체 제작 달력 수익금과 광고비를 꾸준히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 기부해오고 있다.


◇'동물명의 기부 제1호'인 경주마 백광과 이수홍 마주.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동물명의 기부 1호' 경주마 '백광'과 경주마들의 기부행렬

경주마 명의 기부의 역사는 불굴의 명마 '백광'에게서 시작됐다. '백광'은 2006년 대상경주에 3연속 우승의 영광을 안았으나 2008년 왼쪽 다리에 계인대염이라는 치명적 질병으로 은퇴 위기를 맞는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이수홍 마주의 돌봄을 통해 국내 최초 마필 대상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며 기적처럼 난치병을 이겨낸다. 2009년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백광'은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준우승을 거머쥔다.

감격한 이수홍 마주는 기적처럼 부상을 이겨낸 '백광'처럼 장애인들의 재활치료에 힘을 보태고자 '백광'의 준우승 상금 중 4000만 원을 기부한다. 특히 이수홍 마주는 '백광'이 이루어낸 준우승이기에 '백광'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이는 국내 '동물명의 기부 제1호'로 등록되었다.

큰 시련에 주저앉지 않고 이겨낸 백광의 의지와 이수홍 마주의 따뜻한 나눔은 경마 팬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백광'이 경주로를 떠나는 날 '백사모'(백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름의 팬들이 발 벗고 나서 은퇴식을 열어 주기도 했다.

'백광'이 뿌린 희망의 씨앗은 '당대불패'(정영식 마주)로 이어진다. '당대불패'는 대통령배 대상경주를 세 번이나 우승하며 최고의 경주마로 이름을 떨쳤다. '동물명의 기부 제2호'인 '당대불패'는 경주마로 활동한 5년 간 매년 1억 씩 총 5억 원 이상을 불우이웃돕기에 쾌척했다. 특히 핸드사이클, 철인 3종, 수영, 컬링 등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의족과 운동장비, 생활비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대불패'의 기부 행보에 '기부왕 경주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경주마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나눔 전통은 하나의 경마 문화로 자리잡았다. 지난 2009년부터 서울 마주협회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동물명의 기부 프로젝트'를 공동운영하며 수많은 기부천사 경주마들을 배출했다. '동물명의 기부 제3호'인 '지금이순간(최성룡 마주)'에 이어 '강호대세(길용우 마주)', '인디밴드(정영식 마주)', '최강실러(남기태 마주)', '마이티젬(조병태 마주)', '클린업조이(민형근 마주)'가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고, 최강 암말 '실버울프(윤우환 마주)' 등 현재까지 100여 명의 마주가 이에 함께하고 있다.


◇'동물명의 기부 제1호'인 경주마 백광과 이수홍 마주.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국내 최초 시각장애 유아 특수학교 서울효정학교에도 경주마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 시각장애 유아특수학교인 서울효정학교에도 경주마들의 기부이야기가 함께한다. 지난 2017년 9월 개교한 서울효정학교 건립 후원 명단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경주마들이 이름을 올렸다. 유명 배우인 마주 길용우씨의 애마 '강호대세'를 비롯해 '백광', '당대불패', '지금이순간', '마이티젬', '최강실러', '클린업조이' 등 한국 최강의 명마들이다. 법인마주 카길애그리퓨리나와 한국마사회 렛츠런재단도 여러 기업이 자금을 공동출자하는 방식의 매칭 펀드로 후원에 동참했다.

경주마 명의 기부는 단순 일회성 기부에 그치지 않고, 서울효정학교에서 성장하는 시각장애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바로 경주마들의 스토리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것. '당대불패' '백광' 등 총 7개의 경주마 이름을 단 교실이 있고, 각 교실 옆에는 해당 경주마의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월과 사진을 전시해 말(馬)을 테마로 꾸몄다.

스토리월에는 장애나 역경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 경주마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또 어린이 동화로도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위대한 꼴찌마 '차밍걸'의 이름이 붙은 옥상운동장도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인기다. 시각장애 아이들이 미래의 꿈을 키워 나가는 공간 속에 경주마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 쉬며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제도 마련 통해 경주퇴역마를 위해 지속적 기부 예정

경주마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된다. 올해부터 경주에서 은퇴한 경주 퇴역마들의 복지를 위해 '경주퇴역마 복지기금'이 조성된다. 경주로를 누비다 은퇴한 경주퇴역마들의 '마(馬)생2막'을 위해 한국마사회와 경주마관계자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

경주마가 큰 상금과 명예가 걸린 대상경주 우승했을 때 받는 순위상금의 1%를 기금으로 출연한다. 그리고 해당 대상경주들의 시리즈경주 시 받는 인센티브 금액의 10%를 추가로 출연할 예정이다. 실력 있는 경주마가 얻어낸 우승상금을 선배인 경주 퇴역마들을 위해 기부하는 셈이다. 마치 온라인 스타 동물들의 주된 기부처가 유기견·유기묘 보호소인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한국마사회 역시 매칭펀드 형식으로 연간 약 2억 원을 출연한다. 이렇게 조성된 경주퇴역마 복지기금은 경주 퇴역마들의 승용마 전환, 휴양 등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다. 선의에 기반한 기부 이벤트가 아닌, 제도를 마련해 꾸준한 기부와 상생문화를 경마 관계자 전반에 구축한다.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경마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이와 같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마주를 비롯한 경마공동체의 참여에 감사의 뜻을 밝힌다. 앞으로도 경마 공동체의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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