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는 4월 2일 자정부터 15일까지 13일간 중요한 레이스가 펼쳐진다. 21대 총선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다. 후보자들은 발로 뛰고 유권자들은 공부하는 요즘, 뉴스를 듣다 보면 유난히 말과 관련된 단어가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선거 중에 다크호스로 지목되는 후보자는 유권자나 다른 후보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다크호스'는 1831년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소설 '젊은 공작(The Young Duke)'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뜻밖에 우승한 말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었다. 디즈레일리가 후에 총리까지 지냈기에 자연스럽게 정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추측된다.
정계에도, 경마계에도 여러 다크호스들이 있었지만 '진짜' 다크호스였던 '미스터파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활약했던 경주마 '미스터파크'는 한국경마 최고의 명마라고 손꼽힌다. 왜소한 체구 때문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미스터파크'는 17연승을 기록하며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
큰 선거 후에는 직제 개편, 개각이 뒤따른다. 이때 '하마평(下馬評)'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마평은 '하마비(下馬碑)'에서 유래한다. 하마비는 궁궐이나 종묘 앞에 세워져 있는데 하마비를 지나갈 때면 존경의 표시로 말에서 내려야 했다. 조선시대판 정차장소인 하마비 주변은 늘 말(言)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관리들이 궁으로 들어가면 가마꾼이나 마부들은 토막정보로 관직에 오른 사람이나 오를 사람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이 인물평이 바로 '하마평(下馬評)'이다. 하마평은 곧 민심이니 결과를 점쳐볼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후보자 홍보 현수막은 당선사례와 낙선사례들로 교체된다. 당선자든 낙선자든 감사를 표하며 다시 한 번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 다짐한다. 지역주민들은 정치인들이 선거운동을 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견마지성', 개와 말처럼 충성을 다하는 마음을 계속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처럼 선거시즌에 많은 말(馬)이 등장하는 것은 말이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함께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말은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동물로 우리 곁에 있어 왔다. 조선시대 이유길 장군의 말은 장군이 지원군으로 출정한 명-청 간 전투에서 전사하자 무려 1000㎞를 달려와 가족에게 알리고 죽었다고 한다. 광해군은 이유길 장군을 기려 말의 무덤에 의마총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워 호스'는 1차 세계대전에서 우여곡절을 겪다가 주인에게로 돌아간 말, '조이'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한국전쟁 때 미군 소속으로 전장을 누볐던 '아침해'도 있다. 아침해는 1960년 하사로 은퇴해서 훈장도 받았다. 선거의 승리자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말(馬)처럼만 하기를 기대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