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돼 위중한 상태에 놓인 환자들에게 쓰이는 심폐소생장치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ECMO)는 몸 밖에서 인공 폐와 혈액펌프를 통해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 후 그 혈액을 다시 환자의 체내에 넣어주는 기기를 말한다. 체외막을 통해 산소를 공급해주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주는 폐와 심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의료기기로 중증의 심부전증, 폐부전증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다.
이렇게 개발된 국산 에크모 시스템은 지난해 12월 13일 급성 호흡부전으로 폐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치료에 첫 적용돼 파일럿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약 3주간의 교량치료를 받았으며, 올해 1월 3일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팀의 집도로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그 동안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원심성혈액펌프의 기초설계에서부터 제작에 이르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혈액산화기 제작기술 노하우 확립, 심폐순환보조장치의 구동과 제어, 모니터링을 위한 전자제어장치의 제작 및 프로그램 개발 등의 기술적 성과도 달성했다. 장비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심폐부전 동물모델의 개발과 같은 전임상연구 분야에서의 발전도 중요한 성과로 발표됐다.
이번 개발은 전체 에크모 시스템을 구성하는 혈액펌프, 산화기, 혈액회로, 구동 및 제어장치 중에서 산화기와 캐뉼라를 제외한 기기가 국내 개발품으로 구성됨에 따라 약 70% 정도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향후 산화기의 국산화 개발에 대한 후속연구가 완료되면 전체 시스템의 국산화율 95% 정도가 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교수는 "중환자 치료의 필수장비인 에크모 국산화를 통해 우리나라도 복합고부가가치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며 "향후 정부 연구비 지원도 성공여부를 떠나서 좀 더 도전적인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무총괄을 맡았던 분당서울대병원 조영재 교수 역시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에크모가 중증호흡부전 환자에서 중요한 치료수단이 되었던 만큼,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 및 앞으로 다가올 보건의료 위기상황에서도 에크모의 국산화는 그 가치를 더욱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동연구자인 서울의대 김희찬 교수는 "에크모 시스템의 제조생산 및 판매에 관심 있는 국내기업을 통해 보다 개선된 양산용 제품을 개발하고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거친 후 본격적인 의료기기 제품으로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국내 병원에서 임상 치료에 적용하는 사례를 늘려가는 한편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통해 본격적인 4등급 의료기기 국산화 시대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지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중 '미래융합 의료기기개발' 분야의 '스마트 올인원 심폐순환보조장치 개발'(연구책임자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 실무총괄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조영재 교수, 세부과제 책임자 서울대학교 김희찬 교수, 서강대학교 허남건 교수, 서울아산병원 황창모 교수) 과제로 분당서울대병원 주도하에 지난 2014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5년간 50여억원의 정부출연금 지원으로 진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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