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생각대로, 지역 중소업체 상대 갑질 논란…"계약 해지시 위약금 수억" 주장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03-24 10:55


배달대행 플랫폼 '생각대로'를 운영하고 있는 (주)로지올이 지역 중소 배달대행 업체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 중소 배달대행 업체와 배달대행 플랫폼(프로그램) 제공 계약 체결 이후 과도한 위약금 조항을 바탕으로 불공정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배달 기사(라이더)에게 거금을 지급, 배달 업체의 인력을 빼돌리고 있다는 내용도 이들 주장에 포함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영업중인 지역 배달대행업체 20곳 가량은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기했다. 지역 배달대행 업체들은 로지올이 인천에 새로운 지사를 열고, 배달대행업을 독점하기 위한 악의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것은 공정위에 민원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로지올은 지역 중소 배달대행 업체를 상대로 라이더 빼가기 등 갑질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지올과 계약 해지에 나선 인천 지역 배달대행 업체의 A대표는 최근 수억원에 달하는 위약금 지금과 사업권을 양도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장기대여금 형태로 1000만원을 빌린데 따른 위약금 총액은 2억1500만원에 달했다. 초기 대여 금액 대비 20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사업권과 영업권 등을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A대표는 앞서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했던 지역 배달대행업체와는 무관한 지역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해 온 사업자다. 로지올의 불공정 계약 관련 새로운 사례인 셈이다.

A대표는 "중소 배달대행 업체는 대부분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장기 대여금' 형태로 1000만원을 빌렸다"며 "생각대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생각대로 돈을 빌리고 매일 차감하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A대표 주장에 따르면, 당시 로지올은 플랫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계약 해지를 해도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대여금 관련 3배 위약금이 명시돼 있었으며 위약금에 대해 물었을 때에는 "형식상 넣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는 것. 또 이후 수차례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고 A대표는 주장하고 있다. 3배의 위약금과 영업권(배달용역권 포함) 및 사업자 소유의 고객, 가맹점, 기사 정보를 포함한 권리 양도의 내용이 담긴 계약서와 계약 해지 시 3개월 평균 프로그램사용료를 잔여기간 만큼 곱해 지급해야 한다는 계약서 등이다. 계약 해지 시 위약금 및 사업권 양도 내용이 전혀 없는 계약서도 작성했다. 로지올은 작성된 계약서는 따로 지급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계약서를 사업자간 받는 것과 다른 행태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배달업계는 보통 자체 배달 대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플랫폼업체, 기사들을 고용하고 직접 배달 대행을 하는 배달대행업체로 이뤄진다. 사업자간 거래인만큼 계약서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 계약 해지 시 예약에 따라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는 갑질이라고 보기 힘들다. A대표도 이 같은 점에 동의한다. 다만 그는 로지올의 위약금이 일반적이지 않고, 위약금을 앞세워 수차례 변경된 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A대표는 "1000만원을 빌린 뒤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으로 2억1500만원 가량을 내놓으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내용증명인 만큼 별다른 대처는 하고 있지 않지만 계약해지 전까지 일차감 비용도 고려되지 않은 수치로, 그동안 작성했던 여러 계약서의 위약금 사안을 종합해 위약금을 책정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계약 해지 시 위약금과 사업권, 영업권 양도하라는 요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A대표는 "로지올의 배달대행업체의 압박 수위는 상당하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공교롭게도 로지올은 배달대행 플랫폼 뿐 아니라 지역에 지사를 두고 배달 대행 사업도 진행하며 최근 사세를 키우고 있다. 로지올은 2016년 생각대로 배달대행 사업을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가맹점 수를 2017년 1만5000여개로 늘렸고, 2018년 2만5000여개를 돌파했다. 2020년 3월 기준 전국 가맹점수는 6만여 곳을 넘어섰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배달대행 서비스 최상위 업체로 분류되는 바로고, 메쉬코리아와 견줘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치다.

배달대행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로지올의 모회사인 인성데이타는 퀵 서비스 플랫폼 사업 시장의 강자인 만큼 배달대행 프로그램의 경쟁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로그램 경쟁력과 별도로 혹시라도 불공정 계약 등의 요소가 사세 확장에 영향을 줬다면 배달대행업계 내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근 배달 시장이 커지며 배달대행 업체와 라이더 문제를 비롯한 부정 이슈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대 될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로지올 측은 최근 제기된 중소 배달대행 업체 관련 갑질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가 대체로 영세하다 보니 운영비 등이 없는 곳이 많아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초기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계약 이후 몇 개월 만에 경쟁회사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약금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켰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로지올 측은 "갑질 주장과 관련해 해당 관계자들에 대한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향후 진행하게 될 민·형사 소송 및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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