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는 호갱? 이케아, 미국은 리콜해주고 한국은 안하고 '또 차별 논란'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0-03-20 09:14


이케아가 또 한번 서랍장의 리콜 대상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해 국내 소비자를 '호구 고객', 이른바 '호갱'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동일한 제품에 대해 해외 소비자들에게는 리콜을 해주면서, 국내에서는 단순히 권고 조치만 하고 있는 것.

더욱이 이같은 이케아의 '리콜 차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한국 소비자 홀대론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이케아는 '말름 5단 서랍장'에 대한 리콜 조치를 미뤄 '늑장 대응' 논란을 일으켰다. 이케아는 당시 미국과 중국 등에선 이미 제품 리콜을 시작했으면서, 한국에선 무려 석달여간이나 '제품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리콜을 거부한 바 있다.

최근 이케아가 한국 진출 초기와 달리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속되는 이같은 차별 논란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에선 위험하다는데 '괜찮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이케아

지난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쿨렌 3칸 서랍장' 리콜에 들어갔다.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는 쿨렌 서랍장이 벽에 잘 고정되지 않고 전복될 시 아이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해 서랍장 안전 기준을 기존 76.2㎝에서 68.6㎝ 이상으로 강화했고 해당 기준은 미국과 캐나다에 동시 적용돼 두 국가에서 리콜이 결정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구매자들에게 설치된 서랍장이 벽에 단단히 고정돼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의 권고만을 내려 '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케아는 "쿨렌 서랍장은 14년 이상의 기간 동안 400만 개 이상 판매된 제품으로,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총 9건의 경미한 사고 외에는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며 "북미에서 리콜을 결정하게 된 것도 최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의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이케아는 쿨렌 서랍장에 대한 '선제적 안전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서랍장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조립 설명서의 지시에 따라 제품을 벽에 고정해야 한다"며 "서랍장을 벽에 안전하게 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벽 고정 장치가 추가로 필요한 고객은 이케아 고객지원센터 등을 통해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리콜 이슈와 관련해 이케아의 입장은 일류브랜드로서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소극적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제적' 안전 조치란 거창한 말까지 사용했는데, 알고 보면 서랍장을 벽에 추가로 고정할 수 있는 장치를 사전에 주는 것이 전부다. 특히 글로벌 일류브랜드로서 최고의 서비스, 이중에서도 안전 측면에선 지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관행만을 고수하는 구태의연한 자세로 일관해 큰 아쉬움을 남긴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고 있는 만큼 국내보다 엄격한 미국의 안전 기준을 따라 국내에서도 같은 제품을 리콜을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과거 말름 서랍장의 리콜 사태를 겪었던 소비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케아는 지난 2016년 6월 북미지역에서 아이 6명이 사망하는 등 안전 문제를 일으킨 '말름 서랍장' 제품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일부 국가에서만 리콜을 진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케아는 한국은 말름 서랍장 리콜 대상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광명점에서 해당 제품을 계속 판매했다. 급기야 국가기술표준원이 수거·교환(리콜 권고)를 요청한 9월에야 이케아는 '말름 서랍장'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를 두고 '한국 소비자 안전은 뒷전인가', '정부기관이 나서니까 마지못해 리콜을 해주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리콜 권고를 받은 업체는 해당 제품을 유통 매장에서 즉시 판매 중지하고 전량 수거해야하며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는 수리·교환·환불 등을 해줘야한다. 만일 업체가 수거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수거명령이 내려지고, 수거명령도 위반하게 되면 해당 업체는 최고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 처분이 내려진다.

지속되는 리콜 조치 논란 속 이번 쿨렌 서랍장도 말름 서랍장처럼 뒤늦게 리콜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케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제공되는 벽고정 키트와 벽고정 서비스를 이용함에도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별도의 영수증이나 구매 증빙에 관계 없이 모든 이케아 매장과 고객지원센터를 통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을 위해 이케아는 서랍장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벽 고정의 중요성을 고지하는 안내문을 영수증과 함께 전달하고 있으며, 온라인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도 벽 고정에 대한 안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5000억 매출 올려놓고 코로나19 아픔 동참엔 인색? 지속되는 잡음에 소비자 신뢰 하락 우려도

이런 가운데 이케아는 이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한국사회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하는 모습에 있어 다른 브랜드들과 큰 차이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국내 가구기업 한샘과 에이스침대 등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대리점과 고통을 분담하거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지역에 기부를 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뷰티기업인 로레알 그룹 또한 한국 자회사인 로레알코리아와 화장품 브랜드 스타일난다를 통해 대한적십자에 2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이케아는 매장 내 손 세정제 배치, 고객 응대 시 마스크 착용 등 매장 운영 규정을 새로 만들었을 뿐 눈에 띄는 활동은 없다. 2014년 1호점을 연 뒤 불과 6년 사이에 광명점, 고양점, 기흥점, 동부산점 등 오프라인 매장 4개를 열고 엄청난 매출을 올린 공격적인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케아 측은 "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케아는 최근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이케아 침대 및 침구 제품을 기부한 바 있다"며 "이제 막 시작한 단계기 때문에 수치 공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기부와 관련된 사항은 현재 여러 단체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으며, 금액보다는 마음과 응원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성장세 둔화를 맞닥뜨린 이케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케아가 국내 진출 5년 만에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으나 4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증가 추세를 끝내고 연 매출 신장률이 5%로 둔화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이케아 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추정 매출이 5032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5% 증가했으나 매출액의 성장폭은 둔화했다.

2018년 회계연도 기간 동안 이케아 코리아를 찾은 총 방문객수는 870만명이었으나 2019년 850만명으로 약 20만명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이케아 리콜 조치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잡음은 이케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이케아의 공격적인 매장 확대 전략 뿐만아니라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