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찬사를 이끌어내는 등 신동빈 롯데 회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롯데케미칼이 최근 폭발사고와 실적 우려로 도마에 올랐다.
인근 상가 부서지고 주민들도 부상 '대형 사고'
이번 사고로 주민과 근로자 50여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롯데케미칼은 4일 오후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피해 주민과 상인 100여명은 7일 사고대책위원회를 꾸려 롯데케미칼에 적절한 피해 보상과 안전 대책 마련 등 요구할 방침이다. 지역 시민단체 등은 그동안 롯데케미칼에서 위험한 사고가 여러차례 일어났는데도 또다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난 데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8년 1월에는 대산 BTX 공장에서 발암성 물질인 벤젠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4월 대산공장에서 수소이온 배관시설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2017년 10월 롯데케미칼 울산 공장에서도 폭발 사고가 일어나 총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명피해 뿐 아니라 공장 시설의 막대한 피해와 더불어 실적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대산공장 생산 제품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1.8%에 이른다.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롯데케미칼 국내 총 생산량의 48%에 달한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롯데케미칼 공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원인은 가스 컴프레서 화재로 추정 중이다. 설비 교체가 이뤄질 경우, 100% 정상 가동률 회복까지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현재 폭발사고 전담 수사팀이 사고원인 파악 등을 조사하고, 대전고용노동청이 근로감독관,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 21명을 현장에 투입해 10일부터 11일간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화학공장 특성상 위험성이 높은 설비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사전 작업계획서에 따라 공장을 운영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평소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협력업체 직원 업무영역도 감독한다.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면 사법처리, 시정명령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방침이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13개 공장 중 7개가 가동중단 된 상태로, 설비 교체 등은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가 나온 후에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접수 중이고, 심리상담사를 파견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까지 해당 사고와 관련 인명 1564건, 동산 11건, 부동산 250건, 농수축산 35건 등 모두 1959건의 피해가 접수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피해 상황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전언이다.
실적 '곤두박질'…신동빈 회장 '화학 집중 구상'에 '찬물'?
롯데케미칼의 이번 사고는 코로나19는 물론 국제정세로 인한 어려움과 맞물려 그 파장이 더 커졌다.
최근 국제 업황은 좋지 않다. 미중 무역갈등과 유가 하락, 일본과의 관계 악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 등 실적에 악재가 될 만한 요소가 적지 않다.
더구나 지난 5일 신동빈 회장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M&A를 통한 석유화학 분야의 사업 확장 계획을 밝혔던 만큼,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신 회장의 '청사진'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지난해 건설한 미국 루이지애나 에틸렌 공장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일본 화학 기업 인수를 고려 중"이라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화학 부문의 핵심인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럽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9% 감소한 15조123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3% 이상 급락한 1조1072억여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악재가 이어지면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의 반토막 수준인 1300억원 전후로 하락했다. 특히 대산공장 사고 이후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롯데케미칼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일제히 추가 하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으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미국 공장 추가 투자나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등은 확정은 아니고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추진 중인 일본 기업 인수도 최근의 한일 갈등으로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이 이러한 어려움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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