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피면 생각나는 별미 '봄멸& 도다리 쑥국'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20-03-17 15:14




◇봄꽃 피면 생각나는 별미가 있다. 봄멸치와 도다리 쑥국이 그것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멸치회 한 점, 그리고 향긋한 쑥 내음이 일품인 도다리쑥국에는 봄 바다의 풍미가 한 가득이다. 사진은 멸치회무침쌈.

춘분(20일)이 코앞이다. 간혹 꽃샘추위가 찾아들고는 있지만 이젠 봄기운이 대세다. 부드러운 훈풍이 스치고 지나간 잿빛 대지는 예외 없이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비록 마스크 차림에 익숙해진 시절이라지만 우리 몸과 마음은 이미 겨울을 털어내고 있다. 환절기 신체의 변화 중 가장 민감한 게 있다. 바로 입맛이다. 때문에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단번에 되돌릴 상큼한 미식거리가 있다면 이만한 봄맞이가 또 없겠다.

이맘때 생각나는 맛난 별미가 있다. 싱싱한 봄멸치와 도다리쑥국이다. 한려수도의 초입 경남 거제 등지에서는 화사한 수선화 동백 등 '봄꽃의 향연'과 더불어 봄별미가 선보이기 시작하는 때다.

겨울 대구가 떠난 거제 외포에는 봄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부드럽고 고소한 멸치회 한 점에는 덩치 큰 고래 고기가 넘볼 수 없는 절대 미각이 담겨 있다.

야들야들한 도다리 살과 향긋한 쑥 내음이 함께 어우러진 도다리쑥국 한 대접은 또 어떠한가.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일순에 되돌려 놓을 봄기운이 그득하다.
글·사진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봄꽃 피면 생각나는 별미 2선


◇멸치회무침

봄멸

이맘때 경남 거제 등 한려수도 일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가 있다. 바로 봄멸치다. 봄에 난 멸치(蔑致)라 해서 '봄멸'이라고도 부른다. 작은 몸집에 남해 바다의 싱싱한 봄기운을 가득 담고 있어 집채만 한 고래가 부럽지 않다.

국내 3대 멸치 생산지로는 부산광역시 기장, 남해 미조, 거제 외포를 꼽을 수 있다. 그중 춘분 즈음엔 거제 외포에 봄멸치가 잡히고, 기장 대변은 4월에 들어서야 봄멸치잡이가 본격 시작된다.

작은 게 무슨 먹잘 게 있을까 싶지만, 맛을 놓고 보자면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 봄멸치에 딱 어울릴 성 싶다. 봄멸치는 살이 부드럽고 기름이 오른 까닭에 유독 맛이 좋다. 따라서 예로부터 계절의 진미로 통했다.

멸치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도 애용한 생선이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밝은 빛을 좋아해 어부들이 밤에 불을 밝혀 유인하여 그물로 떠서 잡는다. 국이나 젓갈을 만들어 먹거나 말려서 먹는다'고 적고 있다.

유자망으로 잡은 대멸(大蔑·큰멸치)은 거친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관계로 운동량이 많다. 때문에 단련된 육질에 지방도 적당해 횟감으로 좋다. 어른 가운데 손가락 보다 더 큰 대멸은 주로 뼈만 발라내고 그냥 회로 먹거나 무쳐 먹는다.
◇멸치회
파닥파닥 은빛 비늘 반짝이는 싱싱한 멸치는 부드럽고 고소한 게 횟감으로도 그만이다. 또 시래기를 넣고 얼큰하게 지져낸 찌개는 밥반찬은 물론 한 잔의 소주를 그립게 한다. 특히 미나리와 양배추, 깻잎, 당근, 상추 등을 넣고 매콤한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 그 맛이 일품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곧잘 어울릴 멸치회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멸치를 회로 먹기 위해서는 멸치 비늘을 털어야 하고, 머리와 지느러미를 떼고, 내장을 꺼내고, 뼈를 발라내야 한다. 특히 멸치 살이 부드럽다 보니 조심히 다뤄야 한다. 때문에 멸치 20kg짜리 한 상자를 손질하는데만도 2시간이 족히 걸린다.

손질 해둔 멸치회는 하얀 육질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있는가 하면 등 푸른 생선에서 나타나는 갈색의 육질이 띠처럼 이어진다. 때문에 작지만 먹음직스럽다. 맛이 부드러운 듯 고소한 게 한두 번 우물거리면 혀끝에서 사라지고 만다. 비린내 대신 고소한 고등어의 맛도 살짝 느껴진다. 멸치회무침의 경우 회와 함께 아삭하게 씹히는 미나리도 맛의 포인트다. 상큼한 향에 비릿한 맛이 잠재워진다.

멸치회를 먹는 방식도 포구마다 조금씩 다르다. 거제 외포에서는 머위, 방풍, 원추리 등 봄나물과 곁들이기도 하는데, 봄느낌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또 대변항 사람들은 기장생미역에 주로 싸먹는다. 짭짤한 미역의 식감과 어우러진 동해 갯내음이 일품이다.
◇멸치찌개
생멸치 찌개도 맛있다. 흔히 멸치를 국물 내기 정도로 알고 있지만 멸치도 어엿한 찌개감이다. 된장을 푼물에 시래기를 깔고 생멸치를 넣어 매콤하게 끓여낸 멸치찌개는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좋다. 그 맛이 민물 잡어탕과는 또 다른 풍미가 있다.

멸치찌개의 조리과정이 간단치는 않다. 무, 다시마, 멸치를 넣고 미리 만들어 둔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깐 다음 한소끔 끓여낸다. 이후 생멸치를 얹고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보글보글 끓여낸다. 얼큰한 국물맛 이상으로 멸치의 부드러운 육질도 기대 이상이다. 뼈째 씹어도 무난하다. 멸치찌개의 압권은 시래기다. 찌개의 모든 맛이 한데 스며든 맛 덩어리다.

산지에서는 멸치회와 찌개, 밥이 함께나오는 멸치회세트는 4만원(2인 기준), 멸치쌈밥은 1만 3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도다리쑥국

봄철 대표 어족으로는 도다리를 꼽을 수 있다. 남해안에서는 이맘때 싱싱한 도다리쑥국을 최고의 별미로 꼽는다.

봄철 대표 어족인 도다리와 봄쑥의 신선한 조합이다. 야들야들한 봄 도다리에 노지 쑥을 넣고 팔팔 끓여낸 '도다리 쑥국' 한 그릇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봄 보양식이 된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한소끔 끓여냈을 뿐인데 이토록 시원 향긋한 도다리 쑥국이 뚝딱 만들어지는가 싶을 정도다.

도다리는 문치가자미, 물가자미 등과 함께 가자미목 넙치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본래 도다리라는 이름을 지닌 생선이 있지만 가자미와 넙치(광어)를 총칭해 '도다리'라고도 부른다. 그중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가자미는 20여 종에 이른다.
◇도다리쑥국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겨울을 난 도다리는 초봄 진해만, 삼천포 앞 바다로 북상한다. 이른바 봄도다리다. 동백꽃이 지기 시작하는 이 무렵이 마침 남해안 섬지방에는 해쑥이 올라오는 때로, 봄 도다리와 천상의 음식궁합을 이루게 된다.

도다리 쑥국에는 이 때 많이 잡히는 문치가자미를 쓰게 된다. 겨울철 울진, 삼척, 속초 등지에서 잡히는 물가자미는 가자미식해용이다.

거제, 통영 일원에서는 도다리 쑥국용으로 노지쑥을 주로 쓴다. 쑥향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다. 때문에 겨울 물메기 철이 끝나면 섬지방 아주머니들은 양지바른 둔덕을 찾아 해쑥 캐기에 나선다.

이처럼 도다리 쑥국은 바다와 육지의 봄내음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제철 별미이다. 본래 도다리가 비리지 않은 데다 향긋한 봄쑥까지 어우러지니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시원한 국물맛'에 매료될 그런 풍미가 담겼다.

봄이 오는 길목. 몸을 부드럽게 일깨워 줄 시원 향긋한 국물이 그립다면 '도다리 쑥국' 한 그릇을 권한다. 거제, 통영, 사천 등 산지에는 도다리쑥국을 끓여내는 식당이 많다. 요즘 1만5000 원 정도면 한 그릇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코로나 19로 남녘 여정이 수월치 않다면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집에서 끓여 먹어도 좋을 메뉴다.

◆지금 거제에는

거제도의 순박한 보태니컬 가든 '공곶이 농원'

봄철 거제도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다. 거제시 일운면 소재 공곶이 농원이다. 공곶이는 바다에 접한 산자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보태니컬 가든으로 가꿔져 있다. 겉에서 보면 멀쩡한 산이지만 그 안에는 비탈진 계단식 밭에서 수십 종, 수천 그루의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봄햇살 아래 노란 자태가 더 돋보이는 수선화
이곳에 피어난 꽃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농장주 강명식 옹(90)의 평생 땀방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강 옹은 변변한 장비 없이 50여 년 동안 삽과 괭이만으로 4만여 평의 거대한 농장을 일궈냈다. 때문에 공곶이 농원은 세련미 대신 사람의 땀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그런 곳이다.

공곶이는 십수년 전부터 외지인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입구에서부터 붉고 하얀 동백이 터널을 이루고, 비탈에 마련된 계단식 밭에는 수선화가 심어져 있다. 경칩을 넘어서며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노란 수선화는 춘분을 지나며 만발한다.
◇공곶이에 피어오른 수선화
200m에 이르는 긴 동백터널을 지나 농원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바다와 만나는 수선화 밭의 장관이 펼쳐진다. 영화 '종려나무숲'의 촬영 배경이었던 부부의 살림집 앞마당과 집 주변은 온통 수선화 밭으로, 이즈음 그 자태가 장관이다

공곶이에는 조팝꽃 향기가 진동하는 4월초부터는 핑크빛 복사꽃도 피어올라 화사함을 더한다. 농장 앞 몽돌 해변도 운치 있다. 한적한 해변에 들려오는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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