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 제품 판매 어려움에 구조조정까지…다시 기지개 펼까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0-03-17 13:33


'전자담배계의 애플'로 불리며 한때 사랑을 받았던 액상형 담배 '쥴(Juul)'을 판매하는 쥴랩스코리아(이하 쥴랩스)의 한국시장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액상형 담배 사용자제 권고 여파로 제품 판매량 급감이 예상되는 쥴랩스는 최근 서울 시내 쥴스토어 3곳의 영업을 모두 종료했다.

국내 사업 철수설과 관련해 쥴랩스는 "사업 철수는 절대 아니며, 수도권 편의점 중심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쥴랩스는 국내 상주인력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과 사무실 철수 움직임에 나섰으며, 쥴스토어 영업 종료에 따른 사후서비스(A/S)방식 변경까지 진행돼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쥴랩스가 과연 유통망을 제대로 복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가운데, 사업의 지속성 자체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본사 사무실 철수 잇달아…소비자 서비스 불만 높아질 듯

관련 업계에 따르면, 쥴랩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자체적으로 판매를 진행하던 '쥴스토어' 3곳(서울 강남구 세로수길점, 종로구 광화문점, 마포구 연남점)에 대한 영업을 지난 8일 모두 종료했다. 또 청담동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 철수 움직임에도 나섰다. 2019년 9월부터 서울 강남구 한성청담빌딩 내 3개 층을 사용해오던 쥴랩스는 최근 돌연 임대 계약을 끝냈다. 줄랩스는 원래 이 곳을 2024년까지 이용하기로 임대차 계약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자기 '방을 뺀'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다양한 추측이 나돌았다.


쥴랩스는 전자담배를 피운다는 의미의 '쥴링(Juuling)'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미국 전자담배 시장 1위 업체다. '전 세계 10억명에 달하는 성인 흡연자를 일반담배 사용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사명이라 밝힌 쥴랩스는 2019년 5월 한국 법인을 세우고 국내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국내 매장 오픈 당시 쥴랩스는 한국시장 전용 제품 출시와 직장인 흡연자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 체험 및 판매, A/S 제공이 가능한 직영 소매점 등을 운영하며 사업을 키웠다.

하지만 미국 내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 가운데 '중증 폐질환 환자'가 발생하며 쥴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의 강력한 액상담배 사용 중단 권고대책이 발표되며 쥴랩스는 제품 판매에 큰 직격탄을 맞게 됐다. 쥴랩스는 출시제품 5종 가운데 가향 3종에 대한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며 나머지 2종에 대한 판매는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정부의 사용 자제 권고가 있던 2019년 4분기 쥴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100만 포드(액상용기 단위, 1포드=1갑)였다. 직전 분기 980만 포드보다 89.8%나 급감했다.

쥴랩스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 급감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쥴스토어 영업 종료 방침을 내놓으면서, 쥴스토어를 통한 제품 A/S 서비스 안내 및 제공 방식도 함께 변경됐다.

쥴랩스는 전화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A/S가 필요한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고객센터 연결 방식을 통한 기기진단 후 매뉴얼에 따른 A/S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변경된 A/S정책으로 제품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담배 기기의 경우 사용자 1인당 하나의 제품만을 소지하는 편이 대부분이고, 심각할 정도의 기기 고장이 아닐 경우 스토어 방문을 통환 부품 교환으로 곧바로 제품 이용이 다시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지고 A/S 방식이 바뀌면서 기존 이용자의 불만이 높아질 것은 물론 신규 고객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용하는데 번거롭거나 접하기 힘든 제품은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쥴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자 하는 글들이 게재되기도 했다.

회사 안팎의 여러 난관이 이어지자 쥴랩스가 국내 매장 철수와 사무실 임대차계약 마무리를 시작으로 국내사업 종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쥴랩스는 "쥴스토어 3곳의 영업을 종료하고 A/S 제공 방식 역시 변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내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아니며, 자사 제품의 지속적 공급을 위해 편의점 및 소매점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업 낙관한다"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에 일방 해고안 통보설까지

쥴랩스는 사업적 어려움 이외에도 지난 1월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오는 등 회사 내부 상황 역시 안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 중 회사 측이 소속직원 60~70%에 해당하는 인원에게 수개월 상당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이 포함된 '조기퇴직 패키지'를 제안하고, 근로자 대표와 상의 없이 해고 대상자를 특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이승재 쥴랩스 대표는 2월 18일 사임했고 현재는 법무팀 소속 정주영 씨가 임시 대표직을 수행중이어서 '조기퇴직 패키지' 논란 의혹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쥴랩스 관계자는 "현재 근로자 대표와 싱가포르 본사를 포함한 회사 대표 간 협상이 진행중이며, 이달 중순 쯤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으로 대다수 인원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히 어느 부분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될 지 알 수 없고, 임직원들과 사업운영 및 전략 검토 과정에 있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쥴랩스는 구조조정 및 오프라인 매장 영업 종료와 관련, 6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에서 장기적 미래에 완전한 사명감으로 사업에 전념할 것이며 그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담배업계 관계자는 "쥴랩스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향후 이렇다 할 소비자 신뢰회복 차원의 구체적 플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보일 수 있다. 신중한 사업전략 수립에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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