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크 5부제 첫 주말, 2시간30분 '방랑'끝에 2장 구입 성공

'마스크 5부제'가 본격 시행된 후 맞은 첫 주말인 14일에도 약국앞 줄서기는 여전했다. 주중에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처음 등장한 '마스크 5부제'가 본격 시행된 후 맞은 첫 주말인 14일에도 혼란은 지속됐다. 주중 출생연도에 해당하는 요일에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이 이날 몰렸기 때문이다.

기자도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직접 약국 앞에 줄서기를 시도해봤다.

수 십미터에 달하는 줄서기는 평일처럼 여전했고 간혹 새치기가 목격됐다. 여기저기서 정부의 마스크 대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경기 김포시의 한 약국 앞에는 이미 100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약국 직원은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오전 9시 약국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해당 약국이 이날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 수량은 250매.

줄을 선 사람들은 감염의 위험 때문인지 대체로 말을 아끼고 휴대폰만 바라볼 뿐이었다.

오전 11시 본격 판매가 시작된 후 마스크 구입에 성공한 사람은 오랜 줄서기에 피로가 역력하면서도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다.

줄이 줄어들면서 점점 사람들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신의 순서에서 마스크 구입이 가능한지 앞선 사람들의 수를 세기 위해서다.

나름대로 계산 후 '가능할 것', '힘들 것'이라는 예측들이 섞여 들렸다.

뒷줄에 있던 60대 남성은 "전날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약국 앞에 줄을 섰지만 5~6명을 앞두고 다 팔리는 바람에 못샀다"면서 "오늘도 못사면 다음 주 금요일까지 마스크 한 개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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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시작 후 30분 가량 지났을 때 약국 직원이 나와 인원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직원은 기자 앞에 있던 한 여성에게 "아슬아슬하다. 대리구매가 얼마나 있을지 몰라서 확실히 말할 순 없지만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 한마디에 한참 뒷줄에 있는 사람들은 구매를 포기하고 줄에서 이탈했다.

남아있는 마스크가 40매 가량 남았을 때 다시 밖으로 나온 직원은 재차 커트라인을 전달했다.

결국 앞에 4명 남았을 때 판매가 끝났다.

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은 허탈한 마음을 내비치면서 "판매정책이 이런 방법 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주민센터에서 세대별 인원에 맞춰 배분하고, 이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하는게 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마스크 어플을 검색해보니 인근 약국이 '여유(녹색, 100개 이상 재고)'로 떴다.

오전 11시 10분쯤부터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이 곳 역시 긴 줄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앞 줄에 약 30명 가량이 있었는데, 직원은 15명 분량 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약국 앞 줄서기 두번째 실패였다.

다시 어플을 보니 인근 또다른 약국이 '오후 1시부터 판매 시작'으로 검색됐다.

서둘러 발길을 돌려 도착해보니 이미 약 50명 정도가 50미터 가량의 줄을 이었다. 안심권에 들었지만 구입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기다리는 동안 새치기도 목격됐다. 줄을 서있는 한 무리에 가족으로 보이는 한 명이 은근슬쩍 끼어드는 '꼼수'였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는 "화장실 다녀왔다"는 변명을 내놨다.

이 곳에서도 정부의 마스크 대책을 비난하는 말들이 종종 들렸다. 주로 "주말엔 공급량을 더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바쁜 사람들은 마스크도 사지 말라는 것이냐", "공급방식이 한참 잘못됐다" 등의 불만이었다.

판매가 시작되자 다시 손가락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안도와 불안들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약사의 신분증 확인 후 마스크 2매 구입에 성공했다. 이 곳에 줄을 선지 1시간 20분만이고 첫 약국에서 기다린 시간, 이동까지 합하면 2시간30분만이었다.
장종호 기자 [e-mail]

오후 1시부터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는 약국 앞에는 1시간 전부터 긴 줄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