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경영난·생이별까지…코로나19에 '신(新)'들이 운다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03-10 11:57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매일 늘고 있지만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면서 자의적·타의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 중이다.

이처럼 2020년 3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두 힘든 상황인 가운데, 신입생·신입 사원·신혼 부부 등 새내기(新)들은 그 어느때 보다 '잔인한 봄'을 겪고 있다.

신입생, 입학식 등 취소에 온라인 강의로 '비운의 20학번'

올해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입학한 A씨는 요즘 허탈감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대학측이 오리엔테이션, 입학식, 동아리 소개 등 신입생 대상 행사들을 전면 취소했기 때문.

대신 해당 대학은 총장의 축하 온라인 영상으로 입학식을 대체했다.


또한 대학은 강의실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감염 예방을 위해 3월16일 개강일부터 2주간 비대면·온라인 강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비대면·온라인 수업 기간은 코로나19의 진행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는 점도 공지했다.

A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희망찬 대학캠퍼스의 모습을 꿈꾸곤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비운의 20학번이 되어 버렸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하고 싶은 동아리 가입이나 활동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면서 "다만 선배들, 동기들과 단체 대화방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 첫 해의 시작을 우울하게 보내고 있지만,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활기찬 캠퍼스 생활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학교는 5월에 예정된 축제 행사도 하반기로 미룰 예정이다.

다른 대학들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한 데 이어 개강 후 일정 기간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면서 이에 따른 불만들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사이버 강의를 들으려고 비싼 등록금을 낸 것이 아니다"면서 "대학이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입사원, 입사하자마자 회사 경영난…이직도 어려워

지난 1월 취업재수 끝에 어렵게 중소 제조회사에 입사한 B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것.

순환 유급 휴가를 실시 중인 회사 내부에선 급기야 '조만간 구조조정 예상'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직장 선배들은 B씨에게 "50대 이상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인턴사원인 그는 날이갈수록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B씨는 "기술 직무라서 노련한 선배들 보다는 아직 업무에 서툰 신입을 내보내지 않겠는가"라며 "요즘엔 회사에서 문자가 올때 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다른 회사들도 신입 채용을 미루고 있어서 이직은 쉽지 않겠지만 준비는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 여행사에 입사한 C씨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작년 'NO 재팬'으로 촉발된 일본 여행 자제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까지 '2연속 직격탄'으로 경영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 등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은 아예 끊겼다.

여행업계는 "존폐가 달린 상황"이라며 위기감을 전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29일~3월3일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모두 1256곳에 달할 정도다. 2월 한 달간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도 36곳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 고용불안을 느낀다"는 C씨는 "동일 직종으로 이직하는 것은 불가능해 아예 다른 직종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전문 자격증 취득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들도 얼어붙은 채용시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경기 불투명 등의 이유로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취준생은 "가뜩이나 '바늘 구멍' 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여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혼 부부, 입국제한에 신혼 여행 못가…일부는 '생이별'도

새내기 부부와 예비 신혼 부부들도 코로나19 사태를 비껴가진 못했다.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는 지난달 24일 한국인 신혼 부부 17쌍(34명)에 대해 입국 보류 및 격리를 조치했다가 급기야 입국을 금지했다.

이들에게는 신혼의 단꿈으로 떠났던 여행이 악몽이 된 것.

이들은 에어컨·수건도 없는 데다 벌레가 우글거리는 열악한 시설에서 격리되었다가 이틀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다른 신혼 부부들도 모리셔스 공항의 입국심사 단계에서 입국이 거절돼 귀국해야 했다.

다른 국가로의 신혼 여행도 사실상 어렵다. 8일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이 103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입국 금지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한 달째 생이별 중인 신혼커플도 있다.

인도로 해외 출장을 간 D씨는 아직까지 귀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코로나19로 그의 인도 체류 일정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 3일 한국인 등 코로나19 주요 발생 지역 국민에게 발급된 기존 모든 비자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미 인도 내에 입국한 외국인들의 경우 기존 비자 효력만 유지해줬고 신규 비자는 긴급한 사유에만 발급해 주기로 했다.

이에따라 인도 내에 체류한 이들이 외국으로 나갈 경우에도 비자의 효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한국인은 인도로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결국 신혼인 D씨는 아내와 한 달간 원치않는 '별거'에 들어간 셈이 됐다.

예비 신혼부부들도 울상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하객들을 초청하는 것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미루자니 예식장에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형편이기 때문.

3월 중순 결혼을 앞둔 한 예비 부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분위기인데 예식장에 와달라는 것 자체가 민폐인 것 같아 결혼식을 가을쯤으로 늦출 계획"이라며 "연기 소식을 알려야 하고, 청첩장을 다시 제작해야 하는데다 예식업체에 계약금과 위약금을 합해 300만원이 넘는 돈을 날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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