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미식으로 건강한 봄맞이 하자!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20-02-25 13:08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나고, 3월이 코앞이다. 바람은 차갑지만 남녘에는 벌써 화신(花信)이 들려온다.

예년 같았으면 봄나들이 준비로 우리 터전에 생기가 팍팍 돌 즈음이다.

하지만 작금의 미증유(未曾有) 상황은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기 어렵게 하고 있다.

심란한 봄이다.

역병 확산에 대한 염려와 당장 생계에 대한 위협까지 고민해야 할 판이니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특히 봄마중 여행을 적극 권할 수도 없으니 더 답답하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창졸간에 당한 상황이지만 저마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일상을 꾸려가야 한다.

개인 건강의 기본은 면역력 증대다. 그리고 그 원천은 섭생이다.


제철 미각으로 입맛도 되찾고 건강한 봄을 맞이하자. 이맘때 맛보면 좋을 제철미식거리를 소개한다. 글·사진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봄은 시각, 촉감, 향기 등 그야말로 온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계절이다. 그중 미각을 통한 봄맞이처럼 생생한 것이 또 없다. 사진은 지리산의 고로쇠<사진=김형우 기자>
◆녹차& 녹돈

몸에 좋다는 식품으로는 '녹차'도 빼놓을 수 없다.

녹차의 고장 보성군에서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며 녹차의 효능에 대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보성군 관계자는 "녹차의 카테킨과 테아닌 성분이 항바이러스 효과와 면역력 증진에 탁월해 3개월간 섭취할 경우 호흡기 질병과 독감이 30%이상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카데킨 등 주요성분이 중금속 제거 효과에도 좋아 최근 미세먼지 체외배출에도 도움이 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성군은 녹차의 이 같은 효능을 전하고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격리돼 있던 우한 교민들에게 보성녹차를 지원하기도 했다.
◇말차<보성군청 제공>
녹차는 은은하게 우려 향을 음미하는 것도 근사하지만 녹차성분의 음식도 그 맛이 괜찮다. 그중 대표적인 게 녹돈이다. 녹돈은 한마디로 녹차를 먹인 돼지다. 따뜻한 해풍과 순한 햇살을 받으며 자란 녹차를 가공, 사료에 혼합하여 먹인 돼지가 바로 '보성녹돈'이다. 녹돈은 국내 대표적 돼지고기로 불리는 제주 흑돼지, 운봉 흑돼지, 진안 흑돼지와 더불어 최고의 미각으로 꼽힌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이 돼지의 체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 고기 맛이 담백하고 육질이 좋다는 게 미식가들의 평가다. 찻잎을 먹인 돼지는 대체로 살이 잘 찌지 않는데, 때문에 비계맛 또한 쫀득하고 식감이 좋다.
◇보성녹돈<보성군청 제공>
또 돼지의 잡냄새도 적은 편으로 구이나 찌개 어떤 메뉴로 조리해도 풍미가 있다.

한편, '녹차 수도' 보성은 이름값이라도 하듯 사방에 차밭이 일궈져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초록의 싱싱함을 맛볼 수 있어 근사한 녹색기행을 즐길 수가 있다. 본격 수확 철에 접어든 5월의 차밭이 싱그럽지만 사방이 잿빛에 물든 2월말~3월, 이맘때도 생기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녹차밭 산책은 해뜨기 전후가 가장 좋다. 안개 속에 잠긴 고즈넉한 차밭을 거닐자면 초록의 싱그러움은 배가 된다.

보성의 차밭은 호남정맥 분수령인 활성산(465m) 기슭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 보성읍과 율포 바닷가를 잇는 고갯길인 봇재 부근은 동양다원, 대한다원 등 수십만 평에 이르는 차밭이 장관을 이룬다. 그중 경관으로 치자면 대한다원이 으뜸이다. 활성산(465m) 구릉지에 자리한 매머드급 규모(99만㎡)로 하늘 향해 곧게 뻗은 장대한 삼나무 숲 진입로가 인상적이다. 차이랑이 유려한 기하학적 곡선을 그리며 산마루를 향하고 그 주위에 늘어선 삼나무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보성다원 제2농장도 완만한 구릉에 초록의 차밭이 펼쳐져 있어 개방감에 싱그러움이 더한다.


◇차밭은 사계절 초록의 싱싱함을 맛볼 수 있어 근사한 녹색기행을 즐길 수가 있다. 본격 수확 철에 접어든 5월의 차밭이 싱그럽지만 사방이 잿빛에 물든 2월말~3월, 이맘때도 생기를 얻을 수 있어 좋다. 사진은 보성 차밭.
봇재 일원의 차밭은 산 아래 펼쳐진 초록의 차이랑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보성과 회천을 연결하는 고개, 봇재는 서편제 소리꾼들이 넘어 '소리고개'로도 불리는 곳으로 녹차 밭의 풍광을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다.

◆꼬막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대표적 별미거리를 꼽자면 꼬막을 빼놓을 수 없다. 조개 맛이 뭐가 그리 유별날까 싶지만 꼬막은 짭짤 쫄깃한 게 감칠맛이 있어 한 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하는 중독성도 있다.

꼬막은 우리 조상들도 즐겼다. 조선시대 어류학서 '우해이어보'에서는 꼬막을 골의 모양이 기왓골을 닮았다고 해서 '와농자(瓦壟子)'라 불렀고,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적었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전라도의 특산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꼬막은 산란 후 살이 통통하게 차오르는 겨울철에 가장 맛있다.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가 제철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벌교 여자만 일대 뻘밭에서 자생하는 참꼬막은 여느 지방 것에 비해 그 맛과 질을 최고로 친다.
◇꼬막요리
꼬막 요리는 꼬막찜, 꼬막무침, 꼬막전, 꼬막탕 등 다양하다. 특히 꼬막무침은 매콤하게 비빔밥으로 먹어도 맛나다.

한편 꼬막은 그 크기는 작지만 한마디로 영양덩어리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풍부한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류 함유되어 있는데다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은 강장효과가 높아 음주로 인한 간의 해독에 효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철분, 코발트 성분도 많아 여성이나 노약자들에게도 좋은 보양 식품이다.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일대에는 40여 곳의 꼬막전문점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나들이가 여의치 않을 때는 집에서 간단하게 찜요리를 해먹어도 맛나다.

◆고로쇠

봄은 시각, 촉감, 향기 등 그야말로 온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계절이다. 그중 미각을 통한 봄맞이처럼 생생한 것이 또 없다.

산 중에서 찾은 봄의 전령사로는 단연 고로쇠를 꼽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져 가는 훈풍 속에 맛보는 은은한 듯 달달한 고로쇠 한 잔은 온몸에 산골의 봄기운이 통째로 전해지는 듯하다.

산골 주민들의 봄맞이는 사뭇 이색적이다. 우수~경칩 무렵 고로쇠 한 잔은 마셔줘야 개운한 느낌으로 활기찬 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산중 사람들의 생각이다. 일종의 씻김의식과도 같은 것이랄까. 달짝지근하고도 말금한 고로쇠 수액 한 잔이면 봄도 느끼고, 우중충한 겨울 기분도 함께 씻어낼 수 있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경기도 남양주, 경남 함양,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광양, 울릉도 등 전국 곳곳에서 채취 된다. 물기 많은 계곡 주변에서 단풍나무과인 고로쇠나무가 밀생하기 때문이다. 경칩(3월5일)을 앞둔 이 무렵 고로쇠 수액 채취로 분주하다. 대체로 수령 30∼100년생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한다.
고로쇠 채취
고로쇠나무는 아무 때나 수액을 내놓지 않는다. 고로쇠나무 겨울눈이 봄을 감지하면 옥신이라는 전령 물질을 각 기관에 보내게 되는데, 뿌리가 이를 감지하고 물과 양분을 지상부로 올려 보낸다. 이때가 적기다. 특히 살을 엘 듯 한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포근한 아침을 맞았을 때, 바람이 잦아들고 일교차가 큰 날 수액을 쏟아 낸다.

고로쇠 나목에 꽂아둔 링거 줄처럼 생긴 가늘고 투명한 관을 통해 방울방울 수액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통에 받아낸다. 보통 나무 한 그루가 한두 말의 고로쇠 수액을 쏟아낸다.

채취한 수액은 뼈에 이롭다고 해 골리수(骨利水)로도 불린다. 특히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물보다 40배나 많아 골다공증, 신경통, 위장병, 피부미용은 물론 오줌싸개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고로쇠 수액은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고로쇠 수액 한 말(18ℓ)을 4∼5명이 밤새도록 마셔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애써 실천하려 든다. 그래서 매년 이 맘 때면 산지의 민박집 등에서는 밤새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맹물이라면 그렇게 먹을 수가 없을 텐데, 고로쇠 수액은 다르다.

한편 고로쇠는 그 물로 끓인 토종닭 백숙, 고로쇠 영양솥밥 등의 메뉴로도 접할 수가 있다. 산지 마을 주민들은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택배로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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