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근무조건 변경에 라이더들과 갈등 고조 '우아한 형제들', 기업결합 심사 앞두고 악재 되나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0-02-14 10:34


◇배달의민족의 '배민라이더' 사진.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배달 노동자(라이더)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6개월 새 최소 8차례 이상 라이더의 근무조건이 일방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 라이더유니온은 우아한형제들에 대해 계약사항 위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 간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터져나온 이같은 내부 갈등은 독과점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어린 시선을 보이고 있다.

잦은 근무조건 변경, 라이더들과 갈등 야기

지난달 29일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아한형제들의 일방적 근무조건 변경에 대해 규탄했다.

라이더유니온은 기본 배달료 3000원에 붙던 추가 수수료인 '프로모션'의 폐지가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 변경의 사례해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기본 배달료에 500~2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해왔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이 소속 라이더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난 1일부터 프로모션을 폐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라이더유니온 측은 배달료 체계를 변경할 경우 30일 전 미리 공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해당 사건은 10일 전 통보 됐다고 주장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사측 관계자는 "일일 프로모션 프로그램은 동절기 동안 날씨와 이벤트 같은 요인들로 인해 배달 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지난 11월 한시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프로모션 프로그램은 기본 배달료 체계와는 무관하게 한시적으로 도입된 '부가 혜택'으로 의무적으로 지급해야하는 기본배달료와 달리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는 계약서 규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지급해 온 건이어서 라이더와 계약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시적 운영정책인 프로모션의 변경은 30일 전 고지로 규정된 기본 배달료체계 변경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라이더유니온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이뿐이 아니다. 배달노동자의 주당 배달수행시간을 제한한 사항에 대해서도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은 지난해 7월부터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우며 커넥트를 대대적으로 모집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당초 신규 커넥트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기존 라이더에 비해 우대했다고 주장했다. 배달료 기본단가도 최대 2배 가량 높았고, 콜 배차시간도 기존 라이더보다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10일 우아한청년들이 오는 3월부터 커넥트 라이더의 노동시간을 20시간으로 제한한다고 밝혀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기존에 전업으로 배민라이더로 일을 하거나 타 대행을 하던 라이더들 상당수가 유리한 근무조건때문에 커넥트로 전업했는데, 근무시간 제한이라는 갑작스런 통보를 맞게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측은 "전문 라이더들에 비해 업무적으로 미숙한 커넥트들을 위해 추천 배차를 진행한 것은 맞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이를 축소했다"며 "배달료도 현재는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갑작스럽게 근로시간을 제한한 것에 대해서는 "커넥트 라이더의 노동시간 20시간은 파트타임 종사자가 주 5일, 하루 4시간을 근무한다는 전제 하에 정한 시간이다. 다만 적응을 위한 3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2일 우아한청년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라이더·커넥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플랫폼 노동이 좋은 일자리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최근 상황에는 맞지 않는 문구가 아니냐는 지적에 우아한청년들 측은 "교섭단체가 정해지면 노조 측과의 대화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근무조건이 빈번하게 변경되면 라이더들은 책임감과 소속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사측은 노조와의 협의 등을 통해 배달료, 업무 방식, 안전대책 등 근무 관련 상세한 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결합 심사 중인 우아한형제들…독과점 우려는 여전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30일 우아한형제들과 DH의 인수합병에 따른 기업결합 심사 신청을 접수, 2020년 2월 현재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또 이는 자료 제출에 소요되는 기간이 제외된 순수한 심사기간으로, 자료 제출기간을 포함한 실제 심사기간은 120일을 초과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심사 진행상황과 관련해 "현재로선 아무런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배달앱 분야 주요 사업자 간의 기업결합이라는 점을 고려해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노사 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을 향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라이더유니온의 주장에 설사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어찌됐건 내부 갈등을 잠재우고 해결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또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관리 시스템이나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냉철한 자기 점검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라이더나 커넥터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우아한형제들의 선언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한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지난달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민은 향후 2년간 배달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독과점적 지위를 형성하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 측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라이더들은 인수합병에 따라 계약관계가 불공정해질까 우려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충분히 평가하고 공정하게 심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