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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JOB스토리 : 장제사] 국내 100명 미만 활동…제철 이론·말 생리학 지식 갖춰야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11-26 13:43


사람이 운동화나 구두를 신듯 말도 신발을 신는다.

말의 신발을 '편자'라고 부르는데 주로 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발굽바닥에 장착하는 'U'자 모양의 쇠붙이다.

말굽을 깎아서 모양을 만들고(삭제), 편자를 만들고(조제), 제조되거나 또는 이미 만들어진 편자를 말의 건강상태, 용도 등을 고려해 말굽에 장착(장제)하는 사람이 장제사(裝蹄師)다.

장제사는 국내 100명도 채 안될 만큼 희귀한 직업군 중 하나다. 이에 장제사는 어떤 직업이며 어떻게 하면 될 수있는 것인지, 그리고 미래 전망성 등에 대해서 현직 장제사로부터 그 궁금함을 들어봤다.


말의 신발인'편자'를 제작, 장착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장제사는 국내 100명 미만으로 희귀한 직업군 중 하나다. 사진은
35년 경력의 베테랑 장제사 신상경씨가 말발굽에 편자를 장착하는 모습.
제철 지식에 말 생리학적 이론 갖춰야…국내 100명도 안돼

"장제사요? 말의 동반자죠."

35년 경력의 베테랑 장제사 신상경씨(한국마사회 차장)의 대답이다.

신씨는 "사람에게 발이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를 만큼 중시하듯, 말 또한 다를 바가 없어 말발굽 관리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상경 장제사는 최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국제 장제사 대회에서 1등에 올라 한국 장제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둔 실력파다.

장제사는 말발굽 깎기, 편자의 제작, 부착 등 장제 업무를 수행하며 말산업육성법에 따른 국가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장제는 말의 건강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편자를 교체할 시기인지 아니면 어떤 편자를 장착해야 할 것인지는 말의 용도, 발굽모양, 발굽질환에 따라 장착하기 때문이다.

말발굽은 사람의 손·발톱처럼 각질로 이뤄지는데 깎거나 못을 박아도 감각이 없지만 조금이라도 각질을 벗어나 발의 신경을 건드리면 걸음을 절게 된다.

이에따라 전문적인 동물학적 지식은 아니지만 말에 대한 해부학 및 생리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최근엔 기성품인 편자가 있기도 하지만 필요에 따라 편자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거친 말발굽을 매끈하게 깎은 뒤에는 'U'자형 편자를 만드는 과정에 들어간다.

편자를 만드는 방법은 대장간에서 화덕에 쇠를 달구고 쇠망치 등으로 두드려 낫이나 호미 등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약 1000도가 넘는 화덕에 무쇠덩이를 달구어 수 없이 망치로 두드리고 구멍을 뚫어 두께 1㎝ 정도의 편자를 만들게 된다.

이후 편자를 열에 달구고 찬물에 식히는 과정 등을 거쳐 말의 발 치수에 맞춘다

편자는 일반적으로 제철 편자와 알루미늄 편자 등 2가지가 있다.

쇠로 된 제철 편자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승용마, 마차마 등에게 주로 사용되는데 쉽게 마모되는 것을 어느정도 방지해 준다.

비교적 가벼운 알루미늄 편자는 경주마에게 장착되는데, 사람이 달리기를 할때 러닝화를 신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들어진 편자를 말발굽에 장착할 때에는 많은 경험과 기술이 요구된다.

편자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말의 다리를 들어서 굽을 젖혀야 하는데, 이때 약 20~25㎏정도의 무게를 드는 것과 같은 힘이 요구되며 자칫 말이 움직이기라도 하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의 소유주나 관리사 등과 함께 장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과정에 대해 신상경 장제사는 "말은 덩치가 크지만 겁이 많아서 장제사가 말 심리와 상태를 주의 깊게 파악해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만큼 발차기, 밟기 등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 "또한 동물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말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장제사는 약 1000도가 넘는 화덕에 무쇠덩이를 달구어 수 없이 망치로 두드리고 구멍을 뚫어 두께 1㎝ 정도의 편자를 만든다.
한마리 장제시 최대 4시간 소요…"말 산업 발전과 함께 전망 밝아"

말 한마리를 장제할 때에는 최소 40분에서 최대 4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인 장제인지 아니면 치료 및 교정 목적의 장제인지에 따라 시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4개의 편자를 교체하는 비용은 장제종류에 따라 약 10만∼40만원 정도다.

이에따라 장제사들의 대략적인 연수입은 일반 직장인과 동일한 경력 기준 20~30%정도 높으며 경력 40년 이상을 갖춘 개업 장제사 대표는 억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장제사는 신체 건강한 남녀 누구나 가능한 직종이다. 운동신경과 손재주가 좋으면 많은 도움이고, 특히 말 관련 조련사, 승마지도사, 마필관리, 말 특성화고 졸업 등의 경력이 있으면 더 유리하다.

장제사 시험(이론, 실기)은 한국마사회 주관으로 매년 1회 시행되는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인증 국가자격증이다.

장제사 국가자격 취득 후에는 경주마 장제업체 및 승용마 장제업체 등에 고용되거나 개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장제사들은 자신이 장제한 말이 병을 이겨내고 대회에서 우승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신 장제사는 "수 년전에 발굽에 병이 생겼던 경주마 파이널보스를 직접 치료 장제를 통해 완치시켰다. 현재까지도 경주마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파이널보스는 2016년부터 21회 출전해서 우승한 상금 총액이 무려 13억 8000만원 가량이고, 2017년엔 총상금 8억원의 경마대회인 '코리안더비' 정상에 오른 명마로 성장했다"면서 "치료 장제를 통해 정상적으로 회복돼 경주마로 활동하는 기간이 길어질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장제사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대해 신 장제사는 "마사회 제주목장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육성마(어린 말)의 굽 삭제(굽 깎기) 작업 중 갑자기 마방 출입문이 파손될 정도로 세게 뒷발차기를 해 다친 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말에게 장제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야생 정도가 심한 경우 말 한 마리 장제를 하는데 4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대략 90명 정도의 장제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제사의 미래성장성은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장제사는 "현재 국내 말 두수는 3만 두 가량 관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말 산업발전 및 말 두수 증가가 예상된다. 따라서 말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장제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관계자 역시 "말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필요한 장제사는 경마장(서울, 부산, 제주), 전국 승마장, 목장 등에서 일을 하는데 향후 레저 및 관광 산업의 확대로 말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말과 떼어놓을 수 없는 장제사의 역할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제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신 장제사는 "세상엔 수 많은 직업들이 있는데, 장제사는 국내에 90여 명만 있는 희귀한 직업"이라며 "기술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말을 좋아하고 열정이 있다면 도전해 보길 바란다"며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술을 인정받는다면 평생 정년이 없는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신상경 장제사의 편자 제작 모습.

최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국제 장제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마사회 소속 신상경 장제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시상식에서 기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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