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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 유니클로가 다시 한번 한국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일본 유니클로 "불매 오래가진 않을 것"…평소 한국 소비자를 어떻게 봤길래
이날 실적 발표에 나선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 책임자(CFO)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오카자키 CFO는 그 영향력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매운동에 따른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며 결정적으로 유니클로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그는 "우리는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본연의 자리를 조용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카자키 CFO의 주장이 가능한 이유는 유니클로의 전체 매출에서 한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해외 매출액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곳은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으로 22.3%를 차지하고,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7개 국가는 전부 합쳐서 전체의 13.7% 정도다.
오카자키 CFO의 이번 발언은 한국 소비자의 감정선을 제대로 자극했다. 발언이 전해진 직후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유니클로 불매 운동의지를 밝히는 글과 사진이 줄을 잇고 있다.
네티즌들은 유니클로 온라인스토어의 회원을 탈퇴한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실시간으로 각 유니클로 매장의 썰렁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하고 있다. 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국민이 할 수 있는 건 불매다' '매국노가 되지 말자' 등 글로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막말 논란과 관련해 유니클로 측은 "당시 전하고자 했던 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변함없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뿐이며, 그러한 노력을 묵묵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며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 오카자키 CFO의 발언은 한국시장에 대한 무시 또는 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단어 하나하나 최대한 조심했어야할 시기에 상당히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한국 소비자의 분노 지점을 정확히 이해못했거나 아니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6일 유니클로의 공식 사과문 발표 이후에 비난 여른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이나 사과문 관련 기사엔 댓글이 순식간에 수천개씩 달리는 상황. 네티즌들은 5일이나 지나서 사과 발표가 있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는 가운데 진정성이 안느껴진다는 분위기. 민심을 달랠만한 정책 변화나 구체적인 서비스 개선책 없이 상투적인 문구로 사과문을 채웠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유니클로가 그동안 한국에서 큰 돈을 벌면서도 정작 사회공헌에는 인색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18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기준 1조37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4년 연속 매출 1조원 클럽의 신화를 이어갈 정도로 제대로 대박을 터트린 것.
그럼에도 기부에는 인색해 2018년에는 9억90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심지어 2017년의 17억4700만원에 비해 반토막이 난 액수다.
한국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매년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수백억원씩 일본으로 보내지는 상황에서 정작 국내 기부금은 눈에 띄게 줄어 유니클로가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측은 "옷을 통한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간 기부금 규모는 매해 상이할 수 있는 점을 참고해 달라"는 '상투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즉, 현재의 불매운동 고조 분위기 속에서도, 유니클로는 '달라질 게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니클로 이사 겸직인 롯데 신동빈 회장, 침묵이 능사가 아닌 이유
한국 소비자를 제대로 자극한 유니클로 고위 임원의 막말에 가장 당혹스러운 쪽은 다름 아닌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비상무이사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일 것이다.
유니클로가 한국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배경엔 롯데와의 특별한 관계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2004년말 롯데쇼핑과 각각 지분 51대 49를 투자해 합작사 에프알엘코리아를 세웠다. 현재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는 일본측 코사카 타케시씨와 롯데쇼핑 임원인 배우진 대표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이 밖에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동빈 롯데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여한다.
2005년 9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롯데백화점 인천점, 롯데마트 잠실점에 유니클로 매장이 처음 문을 열었다. 초기 국내 인지도가 낮았던 유니클로는 롯데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믿을만한 백화점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런 롯데의 막강 지원하에 유니클로는 국내 진출 2년 만에 흑자전환하며 매출이 급성장했다.
롯데 역시 유니클로가 알짜배기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됐다. 롯데로선 매장 임대료, 용역비 수입 등이 쏠쏠하다. 롯데는 유니클로 입점 매장에 대한 임차료와 롯데 계열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지불하는 용역비 등 기타비용으로 지난해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배당도 매년 급증해 롯데쇼핑은 지난해 464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말 그대로 롯데와 유니클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셈이다. 그런만큼 일본 유니클로 고위임원의 막말에 신동빈 회장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회장은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올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을 주재하고 있다.
하지만 VCM 첫날인 16일, 신회장은 침묵했다. 회의에 참석하는 신회장에게 기자들이 불매운동 관련 질문을 던졌지만 묵묵부답으로 지나친 것.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언급이 17일 있었고, 에프알엘코리아의 배우진 대표 또한 "잘 부탁드린다"라는 말만 4번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신회장의 침묵이 현 불매운동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럴 경우 롯데그룹이 지분 절반가량을 가지고 있는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맥주 등 기존 불매운동 대상 브랜드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는 일본 기업과 합작한 브랜드가 많아 항상 일본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불매 운동과 관련해 계속 침묵할 경우 일본기업 이미지가 더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 회장이 사장된 회의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발표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소비자들의 롯데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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